수익성 개선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스타벅스가 기업 ‘재창조’를 선언했다. 매장 업무 효율을 높이기 위해 내년에 4억5000만달러를 투자한다. 중국에선 향후 3년간 9시간에 1개씩 매장을 늘리기로 했다. 매출 성장률 목표치도 2%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악재로 경기 침체와 노조 설립 열풍이 겹친 상황을 타개하고자 카페 사업을 원점부터 재검토한 데 따른 조치다.
스타벅스의 이번 발표는 최근 사업 여건 악화로 경영진이 실적 압박에 직면한 국면에서 나왔다. 이 회사의 지난 2분기 매출(81억5010만달러)은 전년 동기 대비 9% 늘었지만 순이익은 21% 감소했다. 주가는 연초(1월 3일) 116.68달러에서 지난 13일 87.84달러로 25%나 떨어졌다. 중국에서 재확산한 코로나19와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재료비·인건비 부담이 사업의 발목을 잡았다. 하워드 슐츠 스타벅스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발표에서 “그간 회사가 실수를 하면서 길을 잃었다”며 그간의 경영에 과오가 있었음을 시인했다.
거시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졌지만 스타벅스는 사세를 더 적극적으로 확장하기로 했다. 매출 성장률 목표치를 8~10%에서 2025년 10~12%로 상향 조정했다. 이를 위해 지난해 3만3833개였던 매장 수를 2025년까지 4만5000개로 늘리기로 했다. 특히 중국 매장 수는 현재 약 5700개에서 9000개로 늘릴 예정이다. 9시간에 1개씩 새 매장을 여는 꼴이다. 스타벅스의 매장 증가율은 2017년 9%를 기록한 뒤 지난해까지 7.2→6.6→4.5→3.6%로 해마다 줄어든 상태다.
스타벅스는 노조 결성 시도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대응을 예고했다. 바리스타들을 위한 저축 프로그램과 학자금 대출 혜택을 오는 19일부터 도입하기로 했다. 노조 활동이 있었던 매장 300여곳은 이 지원 대상에서 제외하겠다는 방침이다. 스타벅스는 15달러 수준이었던 시급을 지난달 17달러로 인상하기도 했다. 미국 노동관계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바리스타들이 노조 결성을 결정한 미국 내 스타벅스 매장은 236곳에 이른다.
월가는 긍정적인 평가를 유보하는 분위기다. 데니스 가이거 UBS 애널리스트는 “스타벅스의 이번 투자는 내년 영업이익 증가를 제한할 것”이라며 스타벅스 투자의견으로 ‘중립’ 평가를 고수했다. 모건스탠리도 중립 평가에 해당하는 ‘동일 비중’ 의견을 제시했다. 존 글래스 모건스탠리 애널리스트는 “중국의 봉쇄 조치로 인해 스타벅스의 올해 매출이 동일 매장 수 기준으로 지난해보다 8억5000만달러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새로 선임된 CEO에 대해서도 투자자들의 의구심이 남아있다. 스타벅스는 영국 생활용품업체 레킷벤키저의 최고경영자(CEO)였던 락스만 나라심한을 지난 1일 영입했다. 나라심한은 음료유통업체인 펩시코에서 근무한 경험은 있지만 카페 전문업체에서 뚜렷한 이력을 남긴 적은 없다. 스타벅스는 오는 4월 CEO 자리를 맡기에 앞서 나라심한에게 바리스타 업무를 맡겨 현장 경험을 쌓도록 할 계획이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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