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휘문고 학교법인 관계자들의 50억원대 횡령 사건으로 인해 자사고 지정을 취소한 서울시교육청의 처분이 적법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이는 '사학비리'로 인한 자사고 취소 처분이 인정된 첫 사례다.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신명희 부장판사)는 15일 학교법인 휘문의숙이 서울시교육감을 상대로 낸 자사고 지정취소처분 취소 소송을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앞서 서울시교육청은 2020년 '자율학교 등 지정·운영회'를 열어 휘문고에 대한 자사고 지정 취소를 결정했고, 교육부도 이에 동의했다.
이는 휘문고 학교법인의 명예 이사장이던 김모씨와 그의 아들인 민 전 이사장, 박모 전 법인사무국장이 약 6년간 50억원에 가까운 학교 공금을 횡령해 개인적으로 유용했기 때문이다. 이에 휘문고는 "횡령의 부담을 학교에 지우는 것은 부당하다"며 지정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자사고 지정취소) 처분의 사유로 인정되는 횡령 액수만 30억7500만원에 이르고 배임액은 2100여만원"이라며 "장기간 횡령과 배임이 이뤄졌고 원고가 교육기관으로서 사회적 책무를 다하지 못 했음이 자명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2025년 3월 1일에는 자사고가 전면 폐지될 예정이기 때문에 원고가 입은 피해 규모가 크다고 보기도 어려워 교육청의 처분이 사회적 타당성을 잃은 정도라고 보기 어렵다"고도 덧붙였다.
휘문고의 자사고 지정 취소는 2009년 자사고 지정 이래 회계부정 사유로 지정 취소 된 첫 사례다.
시교육청은 당시 명예이사장과 이사장, 법인사무국장 등 4명을 경찰에 고발했고, 2년여가 지난 2020년 4월9일 대법원에서 이사장과 법인사무국장은 징역 4년이 확정됐다. 명예이사장은 1심 선고 전 사망해 공소가 기각됐다.
지금까지 학교의 신청으로 일반고로 전환되거나 5년마다 시행되는 운영평가에서 기준 점수에 미달해 일반고 전환 절차를 밟은 사례는 과거에도 있었지만, 회계 비리로 자사고 지정 취소가 결정된 것은 휘문고가 처음이었다.
휘문고는 자사고 지정 취소 처분 효력을 임시로 중단하는 법원의 집행정지 결정을 받아내, 2022학년도까지 임시로 자사고 지위를 유지해왔다.
교육청은 "휘문고가 일반고로 전환되더라도 현재 재학생은 졸업할 때까지 자사고 학생 신분과 입학 당시 계획된 교육과정이 보장된다"고 입장을 밝혔다.
한편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으로 오는 2025년이면 전국 자사고·국제고·외국어고가 일반고로 일괄 전환될 예정이다.
오현아 기자 5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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