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 확인하는게 무섭네요. 이러다 연 7%를 넘어 8%대도 보게 되는 건가요. 서둘러 내 집 마련해야 한다고 고집해서 샀는데 아내 얼굴보기가 미안해질 지경입니다."
대출금리가 하루가 멀다하고 오르면서 차주들의 이자 부담이 커지고 있다. 변동형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가 9년 7개월만에 최고치로 치솟으면서 변동형 주담대 금리는 곧 연 7%에 도달할 전망이다.
16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8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가 한 달만에 0.06%포인트 오른 2.96%로 집계되며 3%대 진입이 가시화됐다. 2013년 1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2.99%) 이후 9년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이 본격화 된 지난해 8월(1.02%)과 비교하면 코픽스는 1년 만에 2%포인트 가까이 뛰었다.
코픽스는 국내 8개 은행이 조달한 자금의 가중평균금리다. 코픽스가 상승한다는 건 은행이 상대적으로 많은 이자를 주고 돈을 확보했다는 의미다. 최근 '이자 장사' 지적을 받은 은행들이 경쟁적으로 예·적금 금리를 올리고 은행채 금리가 오르면서 코픽스도 뛰었다.
시중은행들은 이날부터 신규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에 8월 코픽스 금리를 반영한다. 신규 코픽스 기준으로 KB국민은행의 주담대 변동금리는 종전 4.50~5.9%에서 4.56~5.96%로 오른다. 우리은행은 5.24~6.04%에서 5.30~6.1%로 상향되고, NH농협은행도 4.44∼5.54%에서 4.5∼5.6%로 상·하단이 0.06%포인트씩 인상된다.
코픽스가 오르면서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차주들의 부담은 더 커질 전망이다. 예를 들어 4억원 규모 변동금리 주담대를 이용한 차주라면 코픽스 상승폭(0.06%포인트)으로 단순 계산할 때 이자 부담이 연간 24만원 늘어나게 되는 셈이다. 변동형 주담대 금리는 6개월 마다 바뀌므로 이 기간 누적된 금리가 반영되면 차주가 적용받는 금리 인상폭은 더 커진다.
주요국의 긴축 정책 강화로 시장금리가 계속 올라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변동금리 차주들의 이자 부담은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한국은행 조사에 따르면 가계대출 가운데 변동금리 대출자 비중은 78%다. 10명 중 8명은 금리 상승 시 곧바로 이자 부담이 커지는 것이다.
한국은행은 당분간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인상하는 점진적 인상 기조를 유지할 뜻을 밝혔지만, 물가 공포가 커진 미국 중앙은행(Fed)이 울트라 스텝(1.0%포인트 인상)을 단행할 경우엔 한은의 추가 빅스텝(0.5%p 인상) 가능성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한은이 빅스텝을 단행하면 주담대 금리도 가파르게 상승할 수 밖에 없다.
대출자들의 이자 걱정은 내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물가 상승 정점 통과 기대감이 사라지면서 Fed의 긴축 기조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역시 내년까지 긴축을 이어갈 전망이다.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에 따르면 금리 인상을 단행한 금통위원들은 내년까지 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지금과 같은 금리 상승기엔 변동금리 대출자들의 이자 부담이 계속 늘어날 수 밖에 없다"며 "금리가 다소 높더라도 고정금리 상품으로 갈아타거나 신규 대출자는 금융기관 별로 금리 및 한도 등을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채선희 한경닷컴 기자 csun0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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