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상장기업의 임원 및 주요 주주의 주식 거래에 대해 최소 30일 전 매매계획을 의무적으로 공시하도록 하는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불법·불공정 소지가 있는 내부자 거래를 막아 소액 주주를 보호한다는 취지다. ‘내부거래 사전공시제’라는 이 제도는 개미투자자 보호를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기업 쪽에서는 또 하나의 규제로 받아들이며 시장 혼란을 부추길 수 있다고 걱정한다. 매매 계획에 대한 사전공시 의무화를 강조하면 회사 지분의 덩어리 거래인 블록딜이 사실상 어려워지고, 악재성 정보를 바탕으로 하는 공매도를 부추겨 결국 개미 피해를 키울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하지만 불공정 거래 논란을 불러일으킨 BTS 소속사 하이브와 카카오페이 등에서의 주식 거래 행태가 근절될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사후’가 아닌 ‘사전’ 주식거래 공시제, 도입할 만한가.
금융위원회가 마련한 사전공시제를 보면 모든 거래에 대해 무조건 신고하라는 게 아니다. 상장회사 총 주식의 1% 이상 또는 거래금액으로 50억원 이상일 경우 사전에 공시하라는 것이다. 상장사 임원과 대주주 등이 해당될 텐데, 최소 30일 이전까지 매매 목적, 예정 가격·수량·기간을 정해진 방식대로 ‘공시’하라는 것이다. 이런 정보가 거래를 투명하게 하고 개인의 투자 판단에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준수하지 않으면 위법 정도에 따라 제재하자는 것이다. 과도할 경우 형벌 징계도 가능하지만 과징금 부과나 행정적 제재로 끝날 수도 있다.
감독당국이 적극 나서도 증시에는 정보의 비대칭 발생 요인이 많아 개인투자자에 대한 보호는 다소 과할 정도로 해도 큰 문제가 없다. 상장기업의 속사정을 잘 아는 회사 임원이나 대주주 등 내부자가 대량으로 주식을 팔고 자기 이득만 챙기는 사이 개인투자자 손실은 걷잡을 수 없을 지경이 되는 일이 적지 않으며, 때로는 사회 문제로 비화되기도 한다. 자본시장법의 제정 취지가 건전한 투자문화로 시장 안정을 꾀하는 것인 만큼 주요 주주의 매도 행태는 사후 신고 정도를 넘어 예고적 사전 공시로까지 나아가야 한다. 스톡옵션 행사를 통해 취득한 주식은 상장 후 6개월 동안 매각을 금지한 조항도 소규모 개인투자자 보호를 위한 것이었다. 그것의 연장 차원이다.
대주주 등의 주식 처분이 모두 개인 차익을 노리거나 부당한 정보를 기반으로 단기 이득을 꾀하는 것이라는 전제부터가 잘못됐다. 무엇보다 사전공시제는 내부자의 정상 대량 거래까지 가로막을 장애요인이 될 수 있다. 거래 내용이 사전에 공시되면 이에 따라 주가가 급등락할 인위적 요인이 생긴다. 거래 내용이 사전에 공개돼 가격 변동이 심해지면 통상적 거래시간 외의 대량매매(블록딜) 같은 특수 거래는 불발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기업의 인수합병(M&A), 연기금 주식 거래, 상속 등에 예외적 조치를 둔다고 하지만 시장참여자들은 이런 규제를 불편하게 받아들 수밖에 없다. 개인투자자 피해를 막겠다면 미국 일본처럼 사전신고제 정도로만 해도 된다. 공시는 말 그대로 시장 전체에 정식으로 알리는 것이지만 신고는 금융당국에 매매 내용을 알려놓는 정도이니 차원이 다르다. 감독당국은 이를 근거로 내부 정보의 불법적 활용 여부에 대해 모니터링을 강화하면서 부당 거래 예방에 치중하는 게 선진 행정이다.
사전공시제가 시행되면 주요 주주의 대량매매 계획 자체가 하나의 정보가 되면서 공매도 세력이 해당 주식에 붙을 수 있다. 그렇게 공매도 공세가 빚어지면 신속한 실시간 대처가 쉽지 않은 소액 주주들은 불필요한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시장 변동성 확대로 과도한 손실이 예상되는 경우 제한적으로 변경 및 철회를 인정한다’는 예외 규정도 문제다. 주요 주주는 매각을 피할 수 있는 반면 주가 하락의 피해가 개인에게 전가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한번 공시하면 어떤 예상치 못한 상황이 빚어져도 무조건 예정대로 거래하라는 것도 어불성설이다.
허원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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