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9월 16일 13:19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제74회 미국 에미상에서 '오징어게임'이 감독상과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최근 ENA 채널을 널리 알리며 종영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넷플릭스에서 여전히 10위권안에 들면서 K-콘텐츠의 위상을 입증하고 있다.
넷플릭스와 같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시장의 성장은 미디어 콘텐츠 생태계를 근본적으로 변화시켰다. OTT(Over the Top)는 단어 그대로 셋톱박스를 뛰어넘어 개방된 공간에서 영상 콘텐츠를 제공하는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다. 미국에서 '코드 커팅(유료방송 해지 및 OTT 가입)'으로 촉발된 OTT로의 전환은 개인화, 몰아보기(Binge watching)에 익숙한 시청 행태가 결합되며 가속화됐다.
스마트폰을 신체의 일부처럼 여기는 '포노사피엔스(phono sapiens)' 세대에게 OTT 전환은 당연한 귀결이자 거스를 수 없는 물결이다. 미국 TV 시청률 조사업체 닐슨은 스트리밍 플랫폼의 7월 시청 시간 점유율이 34.8%를 차지해 지상파뿐 아니라 처음으로 케이블TV 시청 점유율(34.4%)까지 앞질렀다고 발표했다.
코로나19 특수가 희미해진 지금, 금리 인상 등 경기 변화와 OTT 기업 간 경쟁 격화로 앞으로 OTT 시장이 어떻게 변화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그래서 역사적 숫자뿐만 아니라 미래지향적 정보가 담겨 있는 재무제표를 통해 세가지 측면을 살펴봤다.
먼저, OTT 업체의 매출은 대부분 구독경제 서비스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는 가입자 기반으로 정액수수료를 획득하는 수익모델이다. 광고, 단건형 VOD 등도 있지만, 가입자가 월간, 연간 단위로 정해진 일정 금액의 서비스 요금을 지불하고 무제한으로 동영상을 이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러한 수익모델은 일정 수준의 가입자를 확보하고 유지한다면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창출할 수 있는 장점이 있고, 규모의 경제도 실현할 수 있다. 넷플릭스의 경우 올해 상반기 기준 가입자 수가 총 2.2억 명으로 그 성장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올해 3월부터 10년 만에 처음으로 전체 가입자가 줄어들면서 주가가 내려가기도 했다.
구독 유지도 살펴봐야 한다. 동시에 여러 개의 OTT를 보는 사람도 많지만, 원하는 콘텐츠가 없으면 바로 탈퇴하는 것이 요즘 소비자의 특성이기 때문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OTT 이용자는 평균 2.7개 OTT 서비스를 이용하고, 약 53%는 특정 콘텐츠에 따라 이용 플랫폼을 바꾼다고 응답했다. 따라서 소비자 만족도와 충성도를 끌어올려 해지율을 낮추는 것이 중요하며 콘텐츠 투자가 필수적이다. 한정된 자원과 시간 내에서 구체적인 타깃을 정하고, 맞춤식콘텐츠에 투자를 집중해야 한다.
두 번째 핵심 계정과목은 콘텐츠 자산이다. OTT 시장은 OTT 사업자가 콘텐츠 공급자와 이용자를 중개하는 플랫폼 역할을 하는 것으로 콘텐츠가 매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따라서 '넷플릭스 오리지널'처럼 독점 콘텐츠를 확보하거나 일정 지역, 기간 등 제한이 있는 라이선스를 지속적으로 구입해야 한다.
넷플릭스의 경우 오리지널 콘텐츠를 확보한 것이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앞서 살펴본 넷플릭스 가입자 추이를 보면 '오징어게임' 등의 선전으로 아시아 지역에서 올 상반기 기준 3500만 명까지 증가했다. 디즈니 역시 디즈니만의 콘텐츠를 기반으로 '훌루(hulu)'를 포함해 지난 분기 전 세계 구독자 2억2100만 명을 기록하며 넷플릭스를 제쳤다.
넷플릭스 당반기 보고서를 보면 콘텐츠 자산이 총 325억 달러로 전체 자산의 70%에 이른다. 콘텐츠 제작 및 구입을 위한 부채가 총 228억 달러이며 그 중에서도 1년 이내에 지출할 금액이 102억 달러이다. 콘텐츠 투자는 영업활동현금흐름으로 상당한 금액이 지출되기 때문에 면밀한 자금수지계획 수립과 투자 수익성을 분석하는 것이 중요하다. 회계 처리 측면에서 넷플릭스는 콘텐츠를 계약기간, 예상사용기간 또는 10년 중 짧은 기간으로 비용화하고, 방영 초기에 많이 시청되는 만큼 가속상각을 해서 평균적으로 4년 안에 콘텐츠 투자액의 90%를 비용화한다고 공시하고 있다. 가입자 소비행태 등을 기반으로 적합한 회계정책을 수립해서 일관성 있게 적용하고, 예측 가능한 손익관리로 변동성에 적시 대응할 수 있는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회계상 사업결합, 즉 인수합병(M&A)이 시장의 판도를 뒤흔드는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우선 단시간에 가입자 확보를 위해 경쟁사 또는 유사 플랫폼 기업을 인수할 수 있다. 국내는 티빙과 KT 시즌의 합병을 주목할 수 있으며, 이번 합병으로 티빙은 통신사 고객에 대한 접근성이 용이해지고, 보다 충성도 높은 가입자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콘텐츠 측면에서 더 활발한 M&A 움직임을 볼 수 있는데, 올해 초 아마존은 007 영화 시리즈로 대표되는 MGM을 61억 달러에 인수했다. 이처럼 지적재산권(IP) 및 제작 경쟁력을 보유한 스튜디오를 인수함으로써 독점 콘텐츠를 확보하는 것은 강력한 모멘텀이 될 수 있다. 특히 앞으로 금리 인상과 자금 조달의 어려움에 직면하여 거액의 투자와 적자가 상당 기간 요구될 수밖에 없는 환경에서 이를 감당할 수 없는 기업은 M&A 대상이 되거나 도태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빠르게 시장의 변화를 감지하고 타이밍을 놓치지 않는 M&A 또는 전략적 제휴가 많이 나타날 것이다.
전통적인 TV의 시대는 변화하고 있고, 코로나19로 가속화된 OTT 시장으로의 흐름이 계속될 것임은 분명하다. 급변하는 미디어 콘텐츠 환경과 경쟁 심화는 생존게임으로 이어질 것이다. 드라마 시청자로서 양질의 콘텐츠와 서비스를 기다리면서, 한편으론 앞으로 펼쳐질 OTT 시장의 변화와 그 변화를 반영할 재무제표가 기대된다.
정리=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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