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유니콘'(기업 가치 1조원 이상의 비상장사) 수가 전 세계적으로 급감하면서 한국 시장에서도 긴장감이 돌고 있다. 잇따른 경제 불확실성에 투자 환경이 악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저성장과 청년층 고용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유니콘 육성이 절실한 만큼 정치권의 신산업 육성 전략과 규제 혁파 등을 촉구했다.
전 세계 유니콘 수 '뚝' 떨어지는 중
14일(현지 시각) 글로벌 조사업체 씨비인사이츠(CB Insights)는 올해 2분기까지 전 세계에서 87개의 유니콘 기업이 탄생했다고 밝혔다. 영업일로 따져보면 하루에 1.4개꼴로 유니콘 기업이 생겨난 셈이다. 이는 지난해 하루에 2개꼴로 총 537개의 유니콘 기업이 나온 것과 비교하면 매우 적은 수라고 씨비인사이츠는 분석했다.씨비인사이츠는 "올해 3분기 신규 유니콘 기업 수의 낙폭은 더 클 것으로 전망된다"며 우려를 표했다. 씨비인사이츠는 "지금 기조면 3분기에 새로운 유니콘 수는 27개에 그칠 것"이라면서 "이렇게 되면 하루에 유니콘이 하나도 나오지 않는 셈"이라고 했다.
씨비인사이츠는 최근 하락세에 대해 팬데믹 효과로 디지털 기술을 적용한 산업군이 급성장하면서 지난해 유니콘이 대거 몰린 기저효과가 있고, 올해 초부터 전 세계적으로 거시경제의 불확실성이 확대된 영향이 크다고 평가했다. 이 여파로 2분기 벤처계 투자액이 전 분기 대비 23% 떨어져 10년간 최대 낙폭을 기록하는 등 투자가 크게 위축되고, 엑시트(투자금 회수) 또한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투자 환경 악화 불가피해…
업계 "정치권, 규제 혁파·갈등 중재해달라"
한국은 올해 상반기에 5개의 유니콘이 추가되면서 반기 최대치를 기록했으나, 3분기부터 고물가·고환율(원화 가치 하락)·고금리 등 이른바 '3고' 악재가 가시화되면서 시장 여건이 악화하는 세계적 추이를 거스르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업계 "정치권, 규제 혁파·갈등 중재해달라"
이에 업계는 정치권에 규제 혁파와 갈등 중재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특히 정보통신기술(ICT)에 편중된 유니콘 구조에 다양성을 불어넣는 차원에서 최근 수요가 확대되고 있는 비대면 진료나 각종 서비스 플랫폼 등 육성을 위해 정치권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지난 15일 국민의힘 주최로 열린 '유니콘 육성을 위한 스타트업 규제혁신 간담회'에서 이정민 벤처기업협회 사무국장은 "(스타트업들이) 경쟁해야 하는 기준 국가와 규제 수준을 동일하게 가져가는 원칙을 세우고, 세부 규제의 찬반을 논하는 자리에 민간 기업들이 참가해야 한다"면서 "규제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는 국무총리 국무조정실에 감사원 수준의 위상을 부여해 규제 개혁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날 여러 기업 대표들의 의견을 청취한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규제 어려움이 있어서 신산업들이 빠른 속도로 발전할 수 없다', '지금 세계는 엄청난 경쟁 시대에서 빠르게 치열한 싸움을 하고 있는데 많은 규제에 막혀서 어려움이 있다'는 말씀을 들었다"며 "(오늘 들은 요청들을) 파트별로 세분화해서 필요한 의원들에게 넘길 것이다. 당 규제개혁추진단과 협의해서 개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성장·고용 위해 신성장 동력 절실
…"중산층 키우려면 부자 먼저 키워야"
전문가들은 최근 저성장과 고용 악화를 타개하기 위해서도 신성장 산업 육성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중소기업벤처부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벤처기업의 전년 대비 고용 증가율은 9.7%로 전체 기업 고용 증가율 3.3%의 3배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중산층 키우려면 부자 먼저 키워야"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중산층이 많아야 나라가 잘 산다고 봤을 때 중산층을 늘리는 방법은 결국 새로운 재벌을 계속 탄생시켜 그 부에 사람들을 동승시키는 것"이라면서 "그런 차원에서 유니콘 육성을 매우 중요한 국가적 과제"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한국은 일본처럼 경기 위축이 장기화할 우려가 있어 투자 환경이 특히 더 좋아져야 하지만 하반기부터는 대내외 여건이 더 위축될 가능성이 농후하다"면서 "어려운 상황에서도 불확실성 해소를 위해 정치권의 위기 관리 대응, 산업 육성 전략 제시가 절실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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