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시장에 뜬 두 개의 태양?…삼성·LG "초경량 제품, 우리가 1위"

입력 2022-09-16 17:19   수정 2022-09-26 19:14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국내 노트북 시장에서 자존심 싸움을 벌이고 있다. 같은 시장조사업체의 자료를 놓고 서로 “우리가 1위”라고 주장하고 있다. 코로나19 특수가 끝나면서 노트북 수요가 둔화하고 있는 가운데 양사 간 주도권 경쟁이 격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6일 시장조사업체인 IDC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상반기 국내 시장에 두께 18㎜ 이하 노트북을 50만2963대 출하해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이는 일반 노트북과 컨버터블 제품(디스플레이를 젖혀 태블릿처럼 쓸 수 있는 노트북)을 모두 합산한 수치다. 2위는 LG전자(39만462대), 3위는 대만 에이수스(33만4031대)였다.

국내 노트북 시장은 두께가 얇고 가벼운 초경량 제품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18㎜ 이하 초경량 노트북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38%에서 올 상반기 42%로 높아졌다.

삼성전자는 올 상반기 갤럭시 북 시리즈를 앞세워 국내 초경량 노트북 시장에서 1위를 수성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갤럭시 북 프로 시리즈가 판매량 증가를 이끈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올해 초 S펜을 지원하는 갤럭시 북2 프로 360과 5세대(5G) 이동통신을 지원하는 갤럭시 북2 프로를 출시했다. 두 제품은 전 모델(외장 그래픽 모델 제외) 두께가 11㎜대로 얇다.

다만 컨버터블 노트북을 제외한 일반 초경량 노트북 시장만 보면 순위가 뒤바뀐다. LG전자는 올 상반기 18㎜ 이하 노트북(컨버터블 제품 제외) 시장에서 36만8771대를 출하했다. 이는 전년 동기보다 41.9% 증가한 수치다. LG전자에 이어 삼성전자(30만890대), 애플(18만9003대) 순이었다. LG전자의 대표 노트북 라인업인 LG 그램은 전 모델의 두께가 18㎜ 이하다.

같은 시장조사업체 통계를 두고 양사 간 해석이 다른 건 화면이 360도 회전하는 컨버터블 노트북의 출시 빈도 차이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수년 전부터 매년 컨버터블 노트북을 출시해왔다. 반면 LG전자는 지난해 처음으로 LG 그램 360 제품을 내놨다. 업계 관계자는 “컨버터블 제품을 주력으로 내세우는 업체가 있지만 그렇지 않은 업체도 상당수”라며 “같은 시장이라도 제조사마다 해석이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는 양사가 이 같은 ‘순위 신경전’을 벌이는 건 시장이 쪼그라들면서 ‘1위 마케팅’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양강 구도 속에 에이수스 등 해외 업체가 공공시장 공략을 통해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점도 자존심 싸움에 불을 붙였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해 전 세계 노트북 시장 규모를 전년 대비 약 18.8% 감소한 1억9500만 대로 내다봤다. 연간 노트북 출하량이 2억 대를 밑도는 건 2019년 이후 3년 만이다.

배성수 기자 baeb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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