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예술하기 좋은 서울을 만들기 위해 100인의 예술가들이 함께하는 라운드테이블에서 나온 목소리였다. 당시 재단은 반복해온 지원사업의 문제점을 찾기 위해 자리를 마련했는데, 예상보다 더 절실한 사연을 들을 수 있었다. 해마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를 통해 수많은 공모가 쏟아지지만, 여기에 선정되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기’에 비유되기도 한다. 재단이 올해 추진한 6개 분야, 28개의 지원사업을 전수조사해보니 1만580건 중 1495건이 선정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러면 지원사업에 탈락한 86%는 어디에서 활동하고 있을까.
탄탄한 기업이나 공공기관의 예산을 지원받고 있지만 예술계는 생각보다 열악하다. 동시대성과 예술성까지 고려해야 하는데, 소수의 스태프들이 기획부터 제작·홍보·판매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고민해야 한다. 프로세스마다 분업화된 것도 아니고 일당백 이상의 ‘홍반장’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사실이 슬플 뿐이다. 가뭄 속 단비처럼 내리는 지원사업에 선정되면 그나마 낫겠지만, 앞선 숫자처럼 선택받은 자는 고작 14%에도 이르지 못할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다.
지난 7월 31일 오세훈 서울시장은 싱가포르 ‘세계도시정상회의(WCS) 2022’ 개회식 특별연설에서 “대한민국이 빠른 속도로 발전하는 과정에서 빈부격차는 심화되고 누군가는 소외받는 그늘이 생겼다. 그래서 서울시의 모든 정책은 ‘약자와의 동행’을 최우선 가치로 두고 모든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복지·주택 등 시민의 삶을 결정짓는 전 영역에서 이 정책이 고개를 들 것이다. 그럼 문화엔 어떤 그림이 펼쳐질까. 많은 분야에서 시동이 걸리겠지만, 우리 재단은 이미 올초부터 유사한 그림을 그려왔다.
지원사업에 선정되지 못한 예술가의 행사를 대신 홍보해주는 ‘서울예술인희망캠페인’이 그것이다. 이는 지원사업의 사각지대에 빠져 예술활동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이들을 도와주기 위해서 마련했다. 국내 최대 규모의 포털사이트에 연말까지 2000건이 넘는 행사가 홍보됨으로써 앞선 질문에 대한 해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언제까지 조금씩 증액되는 공공예산에만 의존할 것인가. 지원해야 할 예술가는 너무 많고 시민들의 문화 갈증도 심화된다. 예술 지원이 돈으로 해결되는 시대는 끝났다. 이런 문화소외계층을 위한 ‘약자와의 동행’은 향유자에겐 더 좋은 작품을 유통시키고, 예술가들에겐 실연 무대를 제공하게 될 것이다. 그럼 우리가 바라는 예술생태계의 선순환 구조가 실현될 것이라 믿는다.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