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분히 예견됐고 마땅히 준비했어야 하는 대비책 마련에 소홀했던 것이 드러난다면 경영진의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16일 국회 본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원내대책회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공격과 전 정권 책임론을 이어가던 성일종 정책위원회 의장(사진)의 화살이 뜬금없이 포스코로 향했다. 제11호 태풍 ‘힌남노’로 인한 피해로 포스코 포항제철소가 49년 만에 가동을 중단한 상황에 대한 우려로 시작된 발언은 ‘경영진 책임론’으로 이어졌다. 성 의장은 “세계 초일류기업이자 선조들의 핏값으로 세워진 자랑스러운 제철소에 큰 오점을 남긴 이번 피해에는 반드시 책임이 따라야 한다”고도 했다.
장영진 산업부 1차관은 지난 14일 ‘철강 수해복구 및 수급점검’ 회의에 앞서 브리핑을 열고 “태풍이 예보된 상황에서도 이런 피해가 발생한 것에 대해 한번 따져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번 태풍 피해가 사전에 방지할 수 있었던 인재(人災)일 수 있다는 뉘앙스를 풍겼다. 포스코가 피해 상황과 정상화까지 걸리는 시간 등을 축소 보고했는지부터 사전 대비와 사후 대책에 문제가 없었는지 등을 조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자 이번에는 여당 정책위 의장이 나섰다. 포스코가 냉천의 범람을 예측하고 자체적인 대비를 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성 의장은 “포스코는 지진이나 태풍 등에 언제든 노출될 수 있는 입지이며, 특히 바로 옆에 있는 냉천이 하류로 갈수록 급격히 수량이 많아지는 것에 대해 예측도 대비도 되지 않은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관계당국은 포스코가 입지 및 기후 변화에 대한 대비책이 있었는지를 정확히 파악한 뒤 당에 보고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정부와 여당이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의 책임을 기업에 돌리는 이례적인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2000년 민영화된 포스코는 그동안 8명의 회장이 중도 퇴진했다. 정권을 막론하고 이전 정권에서 취임한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각종 외압이 끊이지 않았다. 민간 기업인 포스코를 ‘대선 전리품’으로 여기는 정치권의 인식 때문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친윤(친윤석열)계 의원들이 특정 인물을 차기 포스코 회장으로 밀려고 한다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흘러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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