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 임금 5.2% 인상과 주 36시간(4.5일제) 근무 도입 등을 주장하며 16일 강행한 총파업이 시중은행 조합원들에게 외면받았다. 전국 모든 은행 영업점과 전산시스템은 정상적으로 운영됐다. 은행 창구를 찾은 시민들도 은행권의 파업을 눈치채지 못할 정도였다. 국민 신한 우리 하나 농협 등 5대 은행의 파업 참가율은 0.8%에 그쳤다. 예·적금과 대출 상품의 비대면 거래 비중이 70%에 달하는 만큼 은행 고객들의 불편도 없었다. 평균 연봉이 1억원을 웃돌아 ‘귀족 노조’로 불리는 은행원들의 파업이 일반 국민은 물론 은행원들의 공감도 얻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본점 부산 이전 등을 놓고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등 국책은행은 상대적으로 파업 참여율이 높았다.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은 노조원의 76%와 48%인 1600여 명과 4600여 명이 각각 참석했다. 집회 이후 용산 대통령실 인근 삼각지역까지 진행한 가두 행진에서도 ‘산업은행 부산 이전 반대’ 글자가 새겨진 노란 조끼를 입은 산업은행 노조원들이 선두에 섰다. 파업 참가자들 사이에선 “총파업이 국책은행 지방 이전 반대 파업이 됐다”는 자조 섞인 얘기까지 나왔다.
하지만 명분 없는 파업에 동의하기 어렵다는 국책은행 파업 참가자도 적지 않았다. 한 산업은행 파업 참가자는 “본점 부산 이전에 반대하기 위해 금융노조의 무리한 파업에 숟가락을 얹은 꼴”이라며 “억대 연봉을 받는 은행원들이 5%대 임금 인상과 4.5일 근무를 주장하면 누가 공감하겠느냐”고 반문했다.
금융노조가 주장하는 주 36시간(4.5일) 근무도 ‘적반하장’이라는 비판이 많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은행 영업시간(오전 9시30분~오후 3시30분)을 1시간 단축해 놓고 근무시간을 더 줄여달라고 요구하고 있어서다. 올 들어 수백억원대 횡령 사건과 수조원대 이상 외화 송금 등 잇따른 사고로 은행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확산된 점도 조합원들이 총파업을 외면한 배경으로 꼽힌다. 총파업이 호응을 얻지 못하면서 오는 30일로 예정된 2차 총파업의 동력도 크게 약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보형/박상용/이소현 기자 kph21c@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