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8월 반도체 생산량이 경기 침체와 미국 견제 등의 여파로 급감했다. 반도체 육성 펀드의 핵심 인사가 또 조사 대상에 올랐다.
18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의 8월 반도체 칩 생산량이 작년 같은 달보다 24.7% 줄어든 247억 개에 그쳤다. 생산량은 월간 기준 2020년 10월 이후 최저치다. 감소 폭 24.7%는 중국이 반도체 생산량을 월별로 집계한 1997년 이후 사상 최대다.
올해 8월까지 누적 반도체 칩 생산량은 전년 동기 대비 10% 감소한 2181억 개로 집계됐다. 지난 7월 반도체 칩 생산량은 전년 동기 대비 16.6% 감소한 272억 개에 머물렀다.
중국은 2025년까지 반도체 자급률(자국 내 소비에서 생산의 비중) 70%를 달성한다는 목표를 내걸고 생산량을 빠르게 늘려 왔다. 하지만 올해 '제로 코로나' 봉쇄로 반도체 중심지인 상하이가 두 달 넘게 타격을 입은 데다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반도체 생산량도 줄어들고 있다. 미국이 중국에 대한 첨단 장비 수출을 통제하는 등 공급망 차질이 발생한 것도 생산 감소 원인으로 꼽힌다.
한편 중국 '반도체 굴기'의 핵심 기구인 국가반도체펀드 고위 인사가 또 숙청 대상에 올랐다. 중국 공산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국가감찰위원회(기율위)는 화신투자관리의 런카이 부총재를 심각한 기율·법률 위반 혐의로 조사하고 있다. 화신투자는 '대기금'으로 불리는 국가집적회로산업투자펀드 운용을 전담하는 국유기업이다. 2차례에 걸쳐 조성된 대기금 규모는 3400억위안에 달한다.
런카이는 국유은행인 중국 국가개발은행 부총재, 중국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인 중신궈지(SMIC)의 비상임 이사도 맡고 있다. 중국에서 '기율·법률 위반'이란 통상 부패 사건에 연루됐다는 뜻이다. 공산당 고위 인사는 공안이나 검찰이 아닌 기율위가 조사한다.
이에 따라 대기금과 관련해 조사 대상에 오른 전·현직 고위직은 7명으로 늘었다. 기율위는 지난달 류양 총경리, 두양 전 총감, 양정판 부총경리 등 화신투자 전·현직 고위 관계자 3명, 7월에는 대기금의 딩원우 총재, 화신투자의 루쥔 전 총재, 가오쑹타오 전 부총재를 조사 대상에 올렸다. 반도체를 포함해 산업 정책을 총괄하는 샤오야칭 공업정보화부 장관도 7월 비위 의혹으로 낙마했다.
이번 사정 작업은 성과 부진 책임을 묻는 동시에 미국의 견제에 대응하기 위해 조직을 정비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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