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사고로 가벼운 부상을 입은 한 부부는 한방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은 뒤 보험회사에 치료비를 청구했다. 부재환자 점검 결과 이들 부부는 입원 기간에 각자 운영하는 식당에 출근해 정상영업한 것으로 확인됐다. 보험금을 노리고 서류상으로만 입원한 ‘나이롱환자’였던 것이다. 치료비는 지급되지 않았고, 입원 환자의 외출·외박 사항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은 해당 병원은 지난 6월 지방자치단체로부터 과태료 200만원 처분을 받았다.
양방에 비해 수가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 등을 악용한 자동차보험 한방 진료비 허위·과잉 청구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는 보험료 인상 요인으로 작용해 선의의 보험 가입자가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의사 간 공모 사례가 적발되기도 했다. 지난해 초 차량 추돌로 상해급수 12급의 경미한 접촉사고를 당한 한의사 A씨는 대학 동문인 B씨의 한의원에서 입원 3일, 통원 31일 치료를 받았다고 했다. 그러나 A씨가 B씨한테 진료를 받았다는 시점에 A씨가 자신의 병원에서 다른 환자를 진료했다는 점이 발견됐다. 330만원 상당의 치료비 및 합의금이 환수 조치됐다.
심평원에 따르면 자동차보험 중 한방 진료비는 2016년 4598억원에서 작년 1조3066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같은 기간 양방 진료비가 1조1988억원에서 1조850억원으로 9.5% 줄어든 것과 대비된다. 지난해 한방 진료비가 양방을 넘어서는 역전 현상도 나타났다. 한방 진료 중에서도 약침이 280억원에서 1245억원으로 증가폭이 가장 컸다. 추나요법(394억원→1440억원) 첩약(1237억원→2614억원)도 배 이상으로 늘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약침은 투여 횟수와 대상 상병, 용량 같은 기준이 없어 같은 상병이어도 횟수와 기간 등에서 시술 차이가 발생한다”며 “첩약은 ‘1회 처방 시 최대 10일 처방 가능’ 기준이 있는데, 일괄적으로 10일을 처방한 후 복용하지 않고 약을 버리는 경우도 자주 일어난다”고 했다.
환자의 증상과 관계없이 침 구술 부항 첩약 약침 등을 일시에 처방하는 ‘세트 청구’도 대표 수법이라는 설명이다. 일반 병상 대신 고급 안마의자 등의 시설을 갖춘 상급병실만 운영하는 한의원도 적지 않다.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작년 기준 경상환자(12~14급) 1인당 평균 진료비는 한방이 96만1000원으로 양방(33만8000원)의 2.8배에 달했다. 2017년 한방 66만7000원, 양방 31만원과 비교하면 차이가 점점 벌어지고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경상환자를 중심으로 한 한방진료비 증가가 보험금 누수 요인으로 작용해 선량한 가입자의 피해를 야기하고 있다”며 “시술 횟수, 기간, 처방 가능 일수 등의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해 과잉 진료를 억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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