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커뮤니티로 망해가던 헬스클럽 살렸다…버핏서울 'DX 마법'

입력 2022-09-18 17:50   수정 2022-09-26 16:30


버핏서울은 헬스장을 중심으로 모객하는 기존 피트니스클럽 모델에서 탈피해 ‘커뮤니티’ 개념에 집중했다. 예약·결제, 용품 구매 등 플랫폼에 ‘같이 운동하자’는 취지로 사람을 이어주고, 공간을 빌려주는 기능을 붙인 것이다. 헬스 트레이너도 본인이 선택할 수 있게 했다. 회사는 이런 디지털 솔루션을 도입해 코로나19로 망해가던 피트니스센터 세 곳을 흑자로 전환시켰다.

커넥트제로는 낚시에 디지털을 결합했다. 앱으로 주요 포인트를 안내하고 어획한 물고기 길이도 측정해준다. 낚시용품 e커머스, 낚싯배 예약 기능도 얹었다.

가장 ‘아날로그’적인 취미에 가깝다는 피트니스와 낚시가 디지털과 결합한 것처럼 디지털 대전환(DX)은 우리 일상 전반을 파고들고 있다. 패션테크(의류), 푸드테크(음식), 프롭테크(건설·부동산) 등 의식주를 포함해 운동, 여행 등 여가까지 대부분 영역에 디지털 기술이 녹아드는 추세다. 아날로그 분야에 디지털 기술이 결합하면서 편의성과 경쟁력을 높이는 정보기술(IT) 스타트업이 잇따라 등장하면서다.

‘아날로그’ 바꿨더니 유니콘 됐다
버핏서울과 함께 김캐디도 대표적인 ‘디지털 낙후 업종’으로 꼽히던 피트니스 영역에서 낡은 사업 구조를 탈피한 사례다. 김캐디는 스크린골프장을 예약하다 불편함을 느낀 이요한 대표가 창업했다. 골프장 가격 비교 및 결제가 가능하고, 골프 강사를 매칭해주는 기능도 덧붙였다. 김봉진 배달의민족 의장은 “초기 배민 사업과 비슷하다”며 투자를 단행해 업계에서 주목받았다. 업계 관계자는 “태생부터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 서비스는 나올 만한 건 다 나왔다”며 “오프라인의 불편함을 혁신하는 아이템에 관심이 쏠리는 추세”라고 했다.

국내 대표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스타트업)이 된 배달의민족이 ‘식당 전단을 관리하는 불편함’에서 시작했듯, 일상의 사소한 번거로움을 해결하려다 업계 판도를 바꾸는 서비스가 분야별로 등장했다.

‘집 자랑하고 싶은 심리’와 ‘남의 집 들여다보고 싶은 욕구’를 파악한 오늘의집은 인테리어 콘텐츠와 커머스를 결합해 새로운 주거문화를 만들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묻지마 가격’이 일상화됐던 인테리어 시공도 아파트멘터리와 같은 DX 스타트업으로 인해 정보 비대칭성이 완화되는 추세다. 외식업도 예약 플랫폼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네이버 블로그 리뷰를 뒤지며 맛집을 검색했지만 이제는 캐치테이블 등 앱으로 찾아보고 예약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다양해진 현대인의 삶을 반영하는 DX 서비스도 확산 중이다. 채식을 지향하는 젊은 층이 많아지면서 대체육을 만드는 푸드테크(지구인컴퍼니, 다나그린)가 힘을 얻고 있고, 반려동물 인구 증가로 펫테크(펫프렌즈)가 떠오르고 있다. ‘선진국병’으로 불리는 수면장애 환자가 국내에 많아지면서 슬립테크 업체(에이슬립)도 생겨나고 있다.
DX 확산이 논쟁 부르기도
DX가 실생활 전반으로 확산하면서 안전 및 규제와 관련한 논란이 커지는 점은 향후 해결 과제로 꼽힌다. 공유, 조각투자 분야가 대표적이다. 공유는 대표적인 DX 사례로, 국내 스타트업이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기에 적합한 분야로 꼽힌다. 제주패스를 운영하는 캐플릭스는 제주 렌터카 공유 모델로 괌, 사이판, 하와이, 오키나와 등 해외 ‘섬’ 렌트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전동킥보드 공유 스타트업 스윙도 최근 일본 도쿄에 진출했다.

하지만 일반 차량 공유, 숙박공유는 원칙적으로 국내에서 허용되지 않고 있다. 에어비앤비 숙소 대부분이 외국인관광도시민박업으로 신고됐지만, 내국인이 이용해도 별다른 제재를 받지 않고 있어 사실상 사각지대에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음악 저작권료 청구권 투자를 내세운 뮤직카우는 금융당국 규제로 사업 구조를 개편하고 있다. 당국은 뮤직카우의 서비스가 증권 거래와 비슷하다고 판단했고, 이에 유예기간을 주고 투자자 보호 조치 등 개선을 요구했다. 부동산, 미술작품 등 조각투자 분야가 다양해지고 있지만 기존 차량 공유업처럼 까다로운 규제 요건을 해결하는 게 관건이 될 전망이다.

해외에서도 각 지역에 맞는 다양한 공유업이 생겨나고 있다. 야영, 캠핑문화가 주류 문화로 자리잡힌 영국에는 여가 스타트업 와일드포인트가 있다. 와일드포인트를 통해 산, 계곡, 사막, 바다 등 선호하는 자연을 고르면 각 위치에 있는 캠핑장, 오두막, 통나무집, 캠핑카 등을 예약할 수 있다. 별장 문화가 보편적인 미국에는 고급 별장을 소액으로 공동소유할 수 있는 피카소가 있다. 2020년 만들어진 이후 1년도 되지 않아 유니콘 기업에 등극해 화제를 모았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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