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추진하는 반값 교통비 지원법(대중교통법 개정안)은 전 국민이 올해 8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5개월간 버스나 지하철을 타면서 낸 요금의 절반을 돌려주는 것을 골자로 한다. 민주당은 이 법안을 이번 정기국회에서 통과시킬 ‘22개 민생 입법 과제’ 중 하나로 선정했다. 올 8월부터 연말까지 국민의 버스·지하철 요금은 5조3478억원에 달할 전망이어서 그 절반을 돌려준다면 2조6739억원의 예산이 들어간다. 문제는 반값 교통비가 현실화하면 버스·지하철 수요가 급증해 재정 부담이 최대 4조6000억원(정부 추산)에 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지하철·버스를 타지 않는 국민과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가능성이 큰 데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교통비 환급 시스템을 구축하는데도 엄청난 비용이 소요된다.
쌀 시장격리 의무화(양곡관리법 개정안)에도 막대한 예산이 필요한 건 마찬가지다. 지난해 수확한 쌀 37만t을 매입하는 데 7900억원이 투입됐다. 이 쌀을 2년 보관하는 데 8473억원이 든다고 한다. 민주당 법안이 통과되면 매년 쌀 매입·보관에 조 단위의 세금이 들어간다. 해마다 쌀이 남아돌고 있어 사들인 쌀을 되팔아 자금을 회수하기도 어렵다. 농업 구조조정과 스마트팜 보급 확대로 문제를 해결해야지 ‘정부 강매식 해법’으론 과잉 생산을 부추겨 상황을 더 악화시킬 우려가 크다.
쌀값도 교통비도 나라가 책임지라는 거야(巨野)의 국가 만능주의식 발상은 무책임하기 그지없다. 국가 재정이 화수분이라도 된다는 건가. 여당 때 ‘돈 퍼주기’로 나랏돈을 흥청망청 탕진하던 버릇이 여전하다. 거대 야당의 입법 독재는 이재명 대표 체제 이후 한층 속도가 붙었다. 민주당 의원들은 “쌀값이 심각하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이 대표의 한마디에 다음날 쌀 정부 매입 의무화 법안을 단독으로 통과시켰다. 민주당은 이재명표 포퓰리즘 입법 독주를 당장 멈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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