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9일 한국경제신문의 암호화폐 투자 뉴스레터 '코알라'에 실린 기사입니다. 주 3회 아침 발행하는 코알라를 받아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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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2022 어스머니볼 세미나’에 다녀왔다. 국내 개인투자자 사이에서 가장 인기많은 투자 전문가 6인이 무대에 올라 자신의 투자 철학과 시황, 그리고 시장 전망을 공유해 주는 행사였다. 평소 각종 유튜브 채널과 티비 프로그램을 통해 자주 접하던 분들이라 실제로 만나뵙게되어 반가웠고, 강연 퀄리티도 높아 전체적으로 만족스러웠다. 물론 주식투자가 주된 내용이었기 때문에 필자가 주로 투자하는 비트코인에 대한 내용은 없었지만, 최근 비트코인과 전체 암호화폐 시장이 주식시장 움직임과 동조화 하고있어 얻을 수 있는 인사이트가 많았다.
다만 강연을 들으며 아쉬운 점도 있었다. 한 연사분은 한국인들이 국내 기업들을 살리고 경제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국내주식에 더 많이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하였는데, 같은 한국인으로서 충분히 공감되는 내용이긴 했지만 한편으로는 걱정도 되었다. 말하자면 국내 기업들이 지금보다 높은 밸류에이션을 받고 코스피가 4000을 넘으려면 국내 개인 투자자들의 애국심과 군집행동이 필요하다는 말인데, 이 생각은 전 세계가 디지털 전환의 가속화로 초연결되고 주식투자도 쇼핑처럼 개인화, 맞춤화 되고있는 현실을 잘 반영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개인투자자들이 국내주식보다 해외주식을 선호하는 이유는 그만큼 해외에 있는 기업들이 투자처로서 더 매력적이기 때문이지 애국심이 없어서가 아니다. 지금처럼 스마트폰에서 MTS만 켜면 해외주식을 간단히 거래할 수 있는 세상에서 국내 주식시장이 높은 밸류에이션을 받으려면 국내 기업들이 그만큼 매력적인 기업으로 변모하면 된다. 우리나라에서 애플, 테슬라, 아마존에 버금가는 ‘파괴적 혁신’을 불러온 기업이 나오면 국내 개인들이 아니라 해외 개인들까지 알아서 돈을 싸들고 찾아올 것이다.
연사는 삼성전자 주식을 명품과 비교하며 대체불가한 제품을 만드는 기업의 주식은 다시 상승장이 오면 전고점을 뚫고 올라간다고 했다. 대체불가한 제품을 만드는 기업의 주식이 상승장이 오면 제일 먼저 주목받는 것이야 당연한데, 과연 삼성전자의 반도체나 스마트폰이 정말 대체불가한가는 생각해볼 문제다. 애플, 테슬라가 과연 삼성전자 반도체를 사고싶어서 애달복달 할까. 우리는 삼성전자 최신형 스마트폰이 나오면 매장앞에 줄을 서고 그 제품을 사용하며 남들보다 우월감을 느낄까. 아마 아닐 것이다. 앞으로 삼성전자 주가도 분명 다시 오를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명품이라서 오르는건 아니다. 굳이 명품이라는 카테고리에 들어갈만한 주식을 찾아보자면 우리나라보다는 해외에 훨씬 많은것이 현실이다.
한 개인으로서 자신 만의 주관을 갖기보다는 무리에 속해 집단 행동을 하길 선호하는 현상이 종종 보인다. 언젠가부터 골프장과 테니스장에 젊은 손님들이 넘쳐나 부킹이 안되고 관련 어패럴 브랜드 제품이 불티나게 팔리는 것은 골프와 테니스가 큰 유행을 탔기 때문이지, 갑자기 모든 젊은이들이 골프와 테니스에서 엄청난 운동효과를 경험했기 때문이 아니다.
요즘은 러닝도 혼자 하기보다는 주변에서 같이 뛸 사람을 모집하여 ‘러닝크루’를 만들어 함께 뛰는 것이 유행이다. 봄, 여름에 대유행하는 사이클도 혼자 타기보다는 동호회 회원들과 함께모여 다같이 타러간다. 등산은 어떤가. 산이 예쁜색으로 물드는 계절이 되면 산악회 회원들과 무리를 지어 등산하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사실 이런 취미생활이야 혹여 유행에 휩쓸려서 자신에게 맞지 않는 종목을 선택했더라도 언제든지 그만두면 된다. 장비와 복장, 신발에 들인 돈이 아깝지만 그정도로 가계에 심각한 타격이 오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투자는 유행에 휩쓸려 잘못된 판단을 했다가는 훨씬 커다란 피해를 입는 경우가 많다. 한국인이니까 국내주식에 투자해야하고 삼성전자는 무조건 오른다는 식의 무리적, 집단적 사고는 투자자로서 되도록 멀리해야 하는 시각이다.
반면 서초구에 위치한 한 건물은 화제가 됐다. 높이 1.6m에 달하는 차수막이 건물 진입로를 완전히 막아서 길 위에 자동차들이 둥둥 떠다니는 상황에서도 전혀 비 피해를 입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건물은 1994년 준공할 당시부터 강남 일대가 저지대라는 점을 고려하여 차수막을 설치했다고 한다. 그 덕에 이 건물 지하주차장에 주차되어 있던 130여대의 차량은 2011년 폭우때에 이어 이번에도 침수 피해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다. 건물주가 비용을 들여 미리 대비한 덕분에 80년 만의 폭우라는 예기치 못한 상황이 발생했을때 이 건물의 가치는 엄청난 프리미엄을 받을 수 있었다.
생각해보면 투자자의 입장에서 예상치못한 기록적인 폭우와 같은 사건은 꽤 자주 일어난다. 불과 2년 전에는 100년 전 스페인 독감 이후 가장 심각한 글로벌 팬데믹이 있었고, 그보다 1년 전에는 사상 처음으로 유가가 마이너스 가격에 거래되는 사태가 있었다. 2008년에는 대마불사 같았던 미국 대형 은행들이 줄도산하며 전 세계를 경기 침체로 몰고갔다. 2001년에는 영원히 그 자리에 서있을 것만 같았던 쌍둥이 빌딩이 비행기 납치 테러로 인해 무너지기도 했다. 무리에 섞여 유행을 쫓고 군중심리에 휩쌓여 투자를 했다면 이런 위기가 찾아올때마다 미리 대처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나홀로 건물 입구에 차수막을 설치했던 건물주처럼 자신만의 믿음과 논리를 세우고 투자했다면 결과는 달랐을 것이다.
비트코인은 그 탄생 목적 자체가 중앙은행과 신용화폐 시스템을 대체하는 것이다. 2008년 뉴욕발(發) 금융위기 때 우리는 그 가능성을 일부 목격하기도 했다. 비트코인에 투자하는 것은 혹시 있을지 모르는 달러화 기축통화 시스템의 붕괴에 대비하는 것이다. 지금 생각하면 어처구니 없을만큼 가능성이 희박해 보이지만, 만약 정말 발생한다면 지난 100년, 아니 어쩌면 1000년동안 없었던 '퍼펙트 스톰'이 될 수도 있는 그 사건 말이다.
이미 자국 신용화폐 가치가 무너져 살인적인 인플레이션 환경에서 사는 국민들 입장에서는 이미 비트코인이 달러화보다 훨씬 더 현실적인 대안이다. 이런 국가의 정부는 달러화의 유통을 철저하게 통제하기 때문이다. 튀르키예나 아르헨티나 대도시에 있는 외화 환전소들은 달러화와 USD 테더를 함께 취급한다고 한다. 지금이야 달러 환율이 여타 신흥국 화폐 대비 강세이기 때문에 달러 기반 스테이블 코인이 인기를 끌지만, 결국 달러화의 구매력도 계속 하락할 것이기 때문에 상대적 가치가 상승하는 비트코인이 궁극의 안전자산이자 민간화폐로 인정받을 것이다.
단순히 남을 따라하는 투자는 돈을 벌어주지 못한다. 비트코인의 매력을 알게되는 것을 ‘토끼굴에 빠졌다’고 표현하는데 그만큼 파면 팔수록 새로운 것이 나오고 더 많은 것들을 알게된다는 의미이다. 수많은 토끼굴 가운데 나의 투자 철학이 어디에 부합하는지는 오직 스스로 공부해야만 알 수 있다. 그러므로 비트코인에 투자하는 자신만의 논리를 세우자. 차수막 덕분에 폭우에서 살아남은 건물처럼 엄청난 프리미엄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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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한 크립토 투자 앱 샌드뱅크(Sandbank)의 공동 창업자 겸 COO이다. 가상자산의 주류 금융시장 편입을 믿고 다양한 가상자산 투자상품을 만들어 투자자에게 제공하는 샌드뱅크를 만들었다. 국내에 올바르고 성숙한 가상자산 투자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각종 매스컴에 출연하여 지식을 전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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