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축산식품부가 내년부터 도입을 추진 중인 '용도별 차등가격제'가 정착할 경우 유제품 원료인 원유 가격이 중장기적으로 보합세를 띌 수 있다고 전망했다. 차등가격제 도입이 흰우유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란 지적엔 "원유 가격이 우유 제품 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박범수 농식품부 차관보는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최근 2년 간 원유 생산비가 L당 52원 가량 오른만큼 현재 기준가격 1100원에서 단기적으론 오르는 방향이 될 수 밖에 없다"며 "중장기적으론 수요·공급 논리가 고루 반영되면서 생산비에 일정 수준의 인센티브를 붙이는 수준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유제품 수급조절 기구인 낙농진흥회는 지난 16일 이사회를 열고 용도별 차등가격제 도입을 골자로 한 낙농제도 개편안을 의결했다. 용도별 차등가격제는 기존에 마시는 흰우유(음용유) 단일 기준만 존재했던 원유 가격 체계를 음용유와 이보다 저렴한 가공유로 차등을 두는 제도다.
여기에 원유 가격을 통계청이 매년 발표하는 원유 생산비 변동분에만 연동시켰던 '생산비 연동제'를 폐기하고 수요측 요인도 반영해 가격 체계를 개편하기로 했다. 새로운 가격 체계는 내년부터 적용된다. 정부와 원유 생산자인 낙농가, 수요자인 유업체는 오는 20일부터 마지막으로 기존 생산비 연동제에 기반해 원유 가격 협상에 들어갈 계획이다.
농식품부는 사료비, 유류비 상승으로 인해 원유 생산비가 높아진만큼 올해 원유 가격 인상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생산비 연동제는 최근 1~2년 간 생산비 증감분의 ±10% 범위에서 원유 가격을 결정한다. 2020년 생산비는 L당 843원, 원유 가격은 1100원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재작년과 작년에 높아진 원유 생산비는 L당 52원이다. 올들어 급격히 오른 사료비 요인이 반영이 안된 수치란 점을 감안하면 L당 1100원 수준인 원유 가격도 생산비 증가에 맞춰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다만 용도별 차등가격제가 정착할 경우 이 수준이 보합권에 머무를 수 있다는 게 농식품부의 판단이다. 박 차관보는 "(시장 원리에 따르면)수요측 요인이 가격에 반영되면 팔리지 않는 건 생산을 줄이거나 가격을 낮춰야 한다"며 "길게 가면 생산비에 시장 원리가 반영된 인센티브가 붙는 수준으로 원유 가격이 결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원유 가격이 오르면서 우유 가격이 L당 500원 이상 올라 3000원을 넘길 수 있다는 업계 전망에 대해선 "아직은 알 수 있는게 없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업계에선 유업체들이 원유 가격 상승에 맞춰 인건비, 운송비 등 비용 상승분을 반영하면서 원유비 상승분의 10배까지도 오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이에 대해 박 차관보는 "우유 가격이 반드시 원유 가격의 약 10배만큼 오르내리는 것은 아니다"라며 "우유 가격이 거의 원유 가격 인상분 그대로 오른 적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유 가격에서 원유 가격이 차지하는 비중은 40% 수준"이라며 "유류비, 인건비, 포장재비 등 다른 요인도 우유 가격 변동을 충분히 유발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 차관보는 "정부가 유업체에 가격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지시할 순 없다"면서도 "다만 다른 식품의 원료가 되는 흰 우유 가격은 인상을 최대한 자제하고, 올리더라도 물가에 영향이 적은 가공유 제품의 가격을 조정하면 좋겠다는 입장을 전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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