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주자 옷은 왜 '맨인블랙' 뿐일까

입력 2022-09-19 18:02   수정 2023-04-27 09:59

오케스트라 공연은 듣는 재미만큼이나 보는 즐거움도 크다. 객석에 앉아 오케스트라가 빚어내는 화음을 온몸으로 접하다 보면 음반으로 들을 때와는 비교할 수 없는 감동이 밀려든다. 이렇게 귀와 함께 눈으로 오케스트라를 감상할 때마다 드는 의문 하나. 오케스트라 단원들은 왜 항상 검은색 옷만 입을까.

검은 옷의 출발점은 오케스트라의 탄생 시점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7~18세기 오케스트라는 주로 왕족이나 귀족, 고위 성직자 등이 유능한 연주자들을 모아 거느리는 방식이었다. 화려하게 차려입은 귀족 앞에서 연주하는 연주자들에게 검은색 넥타이에 턱시도는 일종의 작업복이었다. 어느 한 명 튀지 않게 똑같이 검은색 옷으로 통일하다 보니 사실상 유니폼이 됐다. 훗날 여성 연주자들이 단원으로 들어왔을 때도 자연스럽게 검은색 정장이나 치마를 입었고, 시간이 흐르면서 굳어졌다.

요즘도 오케스트라의 복장 규율은 보수적이고 엄격한 편이다. 오케스트라는 많게는 100명에 이르는 연주자들의 협동 작업인 만큼 하나처럼 움직일 필요가 있어서다. 음악 외적인 요소로 관객이 공연에 집중하지 못하는 걸 막는 측면도 있다. 검은색 옷은 무대 위에서 악기를 돋보이게 하는 효과도 낸다.

예외는 있다.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는 ‘초대 손님’으로 무대에 서는 독주자다. 새로운 복장을 시도하기도 한다. 2017년 미국 LA필하모닉을 비롯해 검은색 긴 치마가 의무였던 여성 단원에게 바지 정장을 허용하는 오케스트라가 속속 나오고 있다. 공연의 기획과 콘셉트에 따라 색다른 의상을 입기도 한다. 흥겨운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해 형형색색의 드레스를 입고 연주하는 오케스트라도 있다.

관객은 어떤 옷을 입어야 할까. 클래식 공연에 익숙하지 않은 관객들이 가장 많이 묻는 것 중 하나다. 클래식 공연이라고 해서 격식을 차린 정장이 필수는 아니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객석 드레스 코드’는 점차 사라지는 추세다. 공연장에서 주변을 둘러보면 청바지와 티셔츠를 입은 관객을 더러 볼 수 있다. 다른 사람의 관람을 방해하지만 않는다면 어떤 옷이든 상관없다고 공연계 관계자들은 말한다. ‘클래식 음악이 잘 들리는 옷’이 따로 있지 않다면.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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