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호 태풍 ‘난마돌’이 일본을 강타했다. 무시무시한 강풍에 건축 현장의 크레인이 꺾이는가 하면 하루 만에 평균 한 달치 강수량을 웃도는 집중 호우가 쏟아지는 등 무서운 기세로 북상하고 있다. 태풍 영향권에 드는 현지 지역의 피난 권고 대상자가 830만명에 달할 정도다.
일본 기상청에 따르면 강풍과 집중 호우를 동반한 난마돌은 지난 18일 오후 9시 기준 중심기압 940헥토파스칼(hPa), 중심 부근 최대 풍속 45m/s, 최대 순간풍속 60m/s로 가고시마현에 상륙했다.
규슈 서부 지역을 따라 북상하다 야마구치·시마네·돗토리현 등 일본 열도 서부 연안을 따라 북서 방향으로 이동할 것으로 관측된다.
미야자키현 미사토초 미카도 관측점에서는 이날 오후 10시까지 24시간 동안 강수량 661.5mm를 기록했다. 해당 지점의 1991~2020년 30년간 9월 평균 강수량이 534.2mm임을 감안하면 이날 하루동안 한 달치 비를 웃도는 폭우가 쏟아진 셈이다.
일본 기상청은 미야자키현에 호우 특별경보를 발령하고 “지금까지 경험한 적 없는 큰 비가 내리고 있다”며 경계 태세를 늦추지 말라고 당부했다.
가고시마현에서는 아파트 건축 현장에서 크레인이 강풍에 꺾였고, 시즈오카현에선 돌풍에 점포 외벽이 떨어져 나가 2명이 경상을 입었다.
교통편도 발이 묶였다. NHK에 따르면 규슈 신칸센은 18일 오후 1시30분 기준 전체 노선 운행을 중단했다. 19일에도 운행하지 않는다. 후쿠오카~오사카를 잇는 산요 신칸센은 19일 하카타~히로시마역 구간 운행을 중단하고 나머지 구간도 운행 횟수를 평소보다 감축한다.
현지 양대 항공사인 일본항공(JAL)과 전일본공수(ANA)는 18일 오전 11시 기준 510편에 대해 결항을 결정했다. 19일까지 시코쿠 각지에서 후쿠오카나 도쿄를 잇는 항공편 역시 일부 결항이 예상된다.
난마돌 접근으로 인해 최소 1명 사망, 22명 부상 등 현지 인명 피해 사례가 보고됐다.
난마돌 영향권인 규슈와 야마구치·히로시마·고치·에히메·도쿠시마현 내 지자체들은 호우 특별경보에 따른 최고수위 경보 레벨5나 이보다 한 단계 낮은 레벨4의 경보를 발령했다. 일본 정부 또한 18일 총리 관저 위기관리센터에 설치한 관저연락실을 관저대책실로 격상해 경계 태세를 강화했다고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이날 열린 관계 각료 회의에서 “최신 기상 정보와 피난 정보에 주의를 기울여 일찌감치 목숨을 지키는 행동을 하면 좋겠다”는 대국민 메시지를 내놨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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