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명절 직후 라면, 김치 등 서민생활과 밀접한 가공식품 가격이 줄줄이 오르자 정부가 식품업체들을 향해 공개적으로 경고의 메시지를 날렸다. 식품업체의 가격 인상으로 인해 민생 부담이 가중되고 있어 정부 입장에서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가격 안정을 위해 식품업체들과 긴밀히 협력하되, 담합 등 불공정행위가 발생할 경우 철저히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9일 오전 '민생물가 점검회의'를 열고 "최근 일각의 가격 인상 움직임은 민생 부담을 더욱 가중시키고 물가 안정 기조의 안착을 저해할 수 있다"며 "소관 부처를 중심으로 관련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추 부총리는 '예의주시'의 대상으로 식품업체를 직접 거론했다. 그는 "최근 식품업계의 잇따른 가격 인상에 대해서는 농림축산식품부를 중심으로 식품 물가 점검반을 통해 동향을 일일 모니터링하고, 업계와 가격 안정을 위한 협의도 적극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추 부총리가 이렇게 식품업계를 직접 저격하며 우려를 표명한 이유는 추석 연휴 이후 국내 주요 식품업체들이 연이어 제품 가격을 큰 폭으로 올렸기 때문이다. 농심은 지난 15일 라면 25개 품목의 출고 가격을 평균 11.3% 인상했다. 대표 상품인 신라면은 10.9%, 너구리는 9.9% 값을 올렸다.
팔도 역시 다음달 1일부터 라면 12개 품목의 가격을 평균 9.8% 올리기로 했고, 오뚜기는 다음달 10일부터 라면 평균 가격을 11% 인상하기로 했다. 오뚜기 대표 제품인 진라면은 대형마트 판매가격 기준 값이 개당 620원에서 716원으로 15.5% 오른다.
식품업체가 판매하는 김치 가격도 줄줄이 오르고 있다. 김치업계 1위 업체인 대상은 다음달 1일부터 '종가집 김치' 가격을 평균 9.8% 올리기로 했고, CJ제일제당도 지난 16일부터 비비고 포장김치 가격을 11.3% 인상했다.
추 부총리는 식품업체들의 이 같은 '도미노' 형태의 가격 인상에 대해 "지금도 많은 경제 주체들이 물가 상승 부담을 감내하고 있다"며 "가공식품 업계에서도 생산성 향상 등을 통해 인상 요인을 최소화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그러면서 추 부총리는 "부당한 가격 인상이 나타나지 않도록 현안 분야별로 담합 등 불공정 행위 여부를 소관부처와 공정거래위원회가 합동 점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회의엔 담합 조사 권한을 갖는 공정위를 비롯해 농림축산식품부, 해양수산부, 행정안전부 등 관계부처의 차관 및 1급 간부도 참석했다.
한편 정부는 이달 말 종료될 예정이던 경유 유가연동보조금 지급을 올해 말까지 한시적으로 연장하기로 했다. 고유가 현상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화물·운송업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다.
추 부총리는 "지방 공공요금은 올해 하반기에도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행안부를 중심으로 지방자치단체와 적극 협조하겠다"고 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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