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씨는 “호텔 특유의 분위기를 즐기며 고급 식재료를 활용한 요리를 맛볼 때면 그동안 누적된 업무 스트레스가 풀린다”고 말했다. 그는 호텔에서 디저트나 식사를 즐길 때마다 인증샷을 촬영해 SNS에 기록으로 남기곤 한다. 그는 “호텔에서 즐기는 식사는 ‘나를 위로하는 한 끼’”라고 강조했다.
같은 달 외식물가상승률은 8.4%로, 1992년 10월 이후 29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여러 연구기관에선 올해 하반기 소비자물가상승률이 7~8%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물가가 고공 행진하는 가운데 국내 주요 고급 호텔의 매출은 증가세를 거듭하고 있다. 지난 2분기 신라호텔의 매출은 155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6% 불어났다.
롯데호텔과 조선호텔의 2분기 매출은 각각 2477억원, 1165억원으로 으로 66%, 63% 늘었다. 3분기에는 여름 휴가철 성수기 매출이 포함돼 실적이 더욱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주요 호텔의 매출이 전반적으로 증가하는 가운데 호텔 다이닝의 호황 흐름은 특히 눈여겨볼 만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용산에 위치한 서울드래곤시티의 인터내셔날 프리미엄 뷔페 ‘푸드 익스체인지’의 지난 6월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40% 급증했다. 이외에도 프렌치 비스트로, 디저트 카페 등 7개 식음 업장의 평균 매출 증가율은 97%에 달했다.
스몰 럭셔리는 비교적 부담이 적은 금액으로 심리적 만족감을 크게 얻고자 하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소비 행태를 의미하기도 한다. MZ세대가 활발하게 이용하는 SNS인 인스타그램에 스몰 럭셔리 해시태그를 검색하면 1만6000여 개의 게시물이 나온다.
게시물의 대부분은 니치향수, 핸드크림, 호텔 빙수, 호텔 케이크 등 가격 부담이 크지는 않지만 심리적으로 큰 만족감을 얻을 수 있는 제품들에 관한 것들이다.
호텔 식음업장은 스몰 럭셔리를 즐길 수 있는 핵심 소비처 중 하나다. 서울 주요 호텔이 판매하는 빙수는 최고 9만6000원에 달하는 가격에도 인기를 끌고 있다.
빙수를 비롯해 호텔 식음업장에서 즐기는 뷔페와 코스 요리 등은 객실 숙박료가 부담스러운 이들에게 보다 합리적인 가격으로 호텔의 서비스와 인프라를 경험해 볼 수 있는 선택지가 된다. 일례로 서울드래곤시티가 겨울·봄 시즌에 운영하는 딸기 디저트 뷔페는 지난해 12월 카카오메이커스에서 이용권 판매를 시작한 지 하루 만에 2억 원의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
봄·여름 시즌에 선보인 망고 디저트 뷔페는 인스타그램에 3000개에 달하는 해시태그 인증샷이 올라왔다. 계절별 과일 디저트 뷔페를 운영하는 ‘더(THE) 26’의 지난 6월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69% 증가했다.
서울드래곤시티 관계자는 “다양한 호텔 식음 상품 중 디저트 뷔페가 MZ세대로부터 특히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며 “디저트 하나하나가 정성이 가득 담긴 예술작품 같은 느낌을 준다는 후기가 잇따른다”고 말했다. 이어 “MZ세대들은 호텔 식음업장의 메뉴와 공간이 인증샷을 찍어 SNS에 올리기 좋은, 이른바 ‘인스타그래머블(instagram+able)’한 요소를 제공한다고 평가한다”고 덧붙였다.
자체적으로 행사를 활발하게 진행하며 호텔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춘 것도 호텔 매출 증가의 한 요인이다. 서울드래곤시티는 MZ세대 고객 확보를 위해 카카오톡 채널 친구를 대상으로 뷔페 1+1 이벤트를 포함해 다양한 식음업장을 할인된 가격으로 즐길 수 있는 행사를 매달 진행하고 있다. 프리즘·11번가, 네이버 쇼핑라이브 등 MZ세대에게 익숙한 디지털 플랫폼을 활용한 행사도 활발하게 선보이고 있다.
이미경 기자 capit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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