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최근 한 대형 디벨로퍼가 절박한 심정으로 한 말입니다. 1년 새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는 상황과 정반대 모습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시장에서 주택을 사거나 청약에 나서는 기본적인 활동이 이뤄지도록 정부가 나서야 할 때입니다.
올들어서 매매시장은 상반기 대통령 선거와 1기 신도시 재정비 관련해서 반짝했습니다. 하지만 4년 이상 급등한 피로감, 지속적인 금리 인상,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절세 매물 출회 등으로 하락 반전했습니다. 기존 아파트 가격이 내리면서 매물이 늘어나고 하락이 더 가팔라지는 상황입니다. 개별 단지에서는 급급매 처분으로 수억원씩 낮은 매물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분양시장도 암담합니다. 청약경쟁률이 지난해의 반토막이 아니라 20%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계약률은 훨씬 저조합니다. 한 자릿수 계약률 단지가 수두룩합니다. 기존 아파트값 하락 때문에 수요자들이 청약 시장도 외면하고 있습니다. 대출 규제 등으로 자금 마련 계획을 세우기 쉽지 않은 것도 한 요인입니다. 금리가 급등하다 보니 집 장만도 '잠시 스톱' 상황인 셈입니다.
그나마 정부가 미분양 물량이 늘어나자 세종시를 제외한 지방 규제지역을 해제했습니다. 투기지역은 16곳에서 15곳으로, 투기과열지구는 43곳에서 39곳으로, 조정대상지역은 101곳에서 60곳으로 각각 줄어들게 됐습니다.청약과열지구로 대변되는 조정대상지역을 풀어줘 각종 규제도 완화됩니다. 규제지역에 따른 담보인정비율(LTV) 규제와 전매제한, 재당첨 제한 등의 규제가 풀렸습니다.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되면 주택 가격에 상관없이 LTV 규제가 종전 50%(9억원 이하 기준)에서 70%로 완화되고 2주택 이상 보유자도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습니다. 다만 광역시 등에 입주 때까지 전매제한 조치 등이 남은 건 아쉽다는 게 업계의 반응입니다.
개발시장도 PF(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이 막히면서 개점휴업 상태입니다. 선순위 금리가 10%에 육박하는 등 부동산 개발에 쓸 자금을 마련할 수가 없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입니다. 토지비 대출인 브릿지론은 물론 토지비와 공사비 대출은 본PF까지 돈맥경화 현상이 심화해 사실상 개발 금융 시장이 멈춰서다시피 했습니다.
공사 현장도 어렵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올들어 글로벌 공급망 붕괴와 인건비 급등으로 공사비는 작년 대비 20%가량 올랐습니다. 건설사가 수주할 때 고려하는 수익이 전체 공사비의 10% 선입이다. 공사비 상승이 수익을 웃돌아 공사를 하면 적자인 셈입니다. 건설사의 협력사들도 상황이 안 좋습니다. 일부 협력사들이 제대로 일을 수행하지 못해 공사가 간헐적으로 중단되는 현장이 생기고 있다는 소문도 돕니다. 공사 기간이 늘어나 준공 시기를 못 채우는 곳도 조금씩 늘고 있다는 게 건설업계 이야기입니다.
글로벌 금리 인상과 인플레이션에 따른 원자재가격 폭등, 지난해까지 급등한 집값의 하락 등이 맞물린 결과입니다. 기준 금리 인상은 진행형인 데다 내년 경기 침체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상황입니다. 악화일로라는 표현이 떠오릅니다.
주택 공급에 차질을 빚을 변수들이 수두룩합니다. 기존 집값이 내려가고 거래가 안 되면 집을 팔고 이사를 해야 하는 사람이 낭패를 겪습니다. 청약시장도 집값 하락의 충격으로 찬 바람이 붑니다. 공사비 급등으로 건설사와 협력사, 시행사까지 재무 건전성이 위태롭습니다. 주택 공급의 생태계가 와해하는 경착륙은 막아야 합니다.
김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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