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의 가해자 전주환(31·구속)이 범행 이전 피해자가 과거에 살던 집에 4차례 접근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 근무지 정보 파악에 이어 옛집 방문 사실까지 밝혀지면서 계획범죄 정황이 속속들이 드러나고 있다.
20일 경찰에 따르면 전 씨는 피해자가 과거에 살던 집 주변을 이달 4일과 5일에 1번씩, 범행 당일인 14일에 2번 등 총 4차례 찾았다. 전 씨는 서울교통공사 내부망을 통해 피해자의 옛집 주소를 알아낸 것으로 전해졌다.
전 씨는 검거 당시 증거 인멸 등을 위해 이미 휴대폰을 초기화했으며, 범행 당일에는 겉과 안의 색깔이 다른 '양면 점퍼'를 입었던 것으로 확인돼 장시간 범행을 계획했다는 데 무게가 쏠리고 있다. 특히 머리카락과 지문 등 흔적을 남기지 않기 위해 일회용 샤워 캡과 장갑까지 착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 씨는 피해자 스토킹 혐의 등으로 기소돼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던 중 1심 선고를 하루 앞둔 지난 14일 밤 여자 화장실을 순찰하던 피해자를 뒤따라가 흉기로 살해한 혐의(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보복살인)를 받는다. 당초 경찰은 전 씨에게 형법상 살인 혐의를 적용해 구속했으나, 보강수사 과정에서 계획범죄 정황이 드러나 특가법상 보복살인으로 혐의를 변경했다.
이에 서울경찰청은 전날 신상정보공개심의위원회를 열고 전 씨의 신상정보를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심의위는 △사전에 계획해 공개된 장소에서 피해자를 잔인하게 살해하는 등 범죄의 중대성 및 잔인성 인정 △범행을 시인하고 구속영장이 발부되는 등 충분한 증거 △스토킹 범죄 등 유사 범행에 대한 예방 효과, 재범 위험성 등 공공 이익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전 씨를 이르면 오는 21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보복살인 혐의로 구속 송치할 예정이다. 그 전에 서울경찰청 행동분석팀은 이날 중 전 씨와 면담을 실시해 일명 '사이코패스 검사'(PCL-R 검사)가 필요한지 판단할 계획이다.
한편, 김성희 경찰대 교수와 이수정 경기대 교수가 최근 발표한 '친밀한 파트너 살인의 특성에 관한 연구:헤어진 파트너 대상 스토킹을 중심으로' 논문에는 스토킹 살해 사건 10건 중 6건은 계획범죄라는 연구 결과가 담겼다. 연구는 친밀한 파트너 관계에서 발생한 살인(살인미수·예비 포함) 사건 중 2017∼2019년 1심 법원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336건을 대상으로 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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