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육개장 먹고 왔다"는 탁현민에 "英 요청 따른 것"

입력 2022-09-20 15:07   수정 2022-09-20 16:21



대통령실은 20일 윤석열 대통령의 고(故)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조문 취소와 관련해 ‘의전 책임론’이 불거지자 “영국 왕실 측과 상의된 일정”이라고 반박했다.

이재명 대통령실 부대변인은 이날 뉴욕 한 호텔에서 기자들과 만나 "(윤 대통령이) 지각을 했다, 의전의 실수가 있었다, 홀대를 받았다, 모두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밝혔다.
"육개장 먹고 발인 보고 와" "英 왕실 요청 따른 것"
야권은 이날 오전부터 의전 책임론에 불을 지폈다. 탁현민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은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윤 전 대통령이 엘리자베스 2세를 조문하지 않고 장례식에 참석한 상황을 "(조문 행위를 하지 못하고) 육개장 먹고 발인 보고 왔다는 것"이라며 비판했다.

탁 전 비서관은 "우리로 따지면 빈소에 가는 행위, 그리고 육개장을 먹는 행위, 그러고 나서 아주 가까운 사이라면 발인까지 보는 행위, 이게 조문의 패키지인데 실제로 빈소에 방문해 헌화나 분향이나 어떤 조문 행위는 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 부대변인은 이에 대해 "영국 왕실에서 자칫 국왕 주최 리셉션에 늦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참배 및 조문록 작성을 다음 날로 순연하도록 요청이 있었고 저희는 왕실의 요청과 안내에 따라 그렇게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영국 시간 18일 오후 3시39분께 런던 스탠스테드 공항에 도착했다. 찰스 3세 국왕 주최 리셉션은 오후 6시부터 시작됐다. 이 사이에 윤 대통령이 엘리자베스 2세를 조문하러 웨스트민스터사원까지 갈 경우 리셉션에 참석하지 못하기 때문에 참배 및 조문록 작성을 다음날로 순연해달라고 영국 측이 요청했다는 설명이다.



"일찍 가면 안됐나?" "영국 측이 여러 나라 안배한 것"
탁 전 비서관은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윤 대통령이 "조문을 중심으로 둔 외교 일정이었기 때문에 한 두시간이라도 일찍 갔어야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민항기를 타고 이동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얼마든지 비행기 시간을 당길 수도 있고 늦출 수도 있(었)다"고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같은 주장에 대해 "저희가 오전에 9시에 출발했는데, 오전 7시에 출발할 수도 있고 새벽에 출발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왕실과 충분한 협의 속에서 조율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왕실 입장에서는 모두가 다 일찍 온다면 그것 또한 낭패일 것"이라며 "수많은 국가들의 시간을 다 분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군 1호기가 출발할 때부터 영국 도착 이후 여건에 따라 일정이 미뤄질 수 있다는 것을 인지했는지, 그 때부터 영국 왕실과 의견을 조율했는지' 묻는 질문에는 "영국 왕실에서 사전에 그렇게 말을 했다. 현지 여건이 어떻게 바뀔지 모르기 때문에 거기도 충분히 이해해 달라, 이런 양해를 구한 것"이라고 답했다.
"조문록 작성? 결국 방명록 작성" "오스트리아 그리스 등 다 홀대인가"
탁 전 비서관은 전날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이 '영국 왕실이 배려해서 조문록 작성 시간을 따로 조정해줬다'고 브리핑한 데 대해 "참 빈곤한 말"이라고 비판했다. 탁 전 비서관은 "조문록 작성이라는 게 결국은 방명록 작성 아니냐"고 쏘아붙였다.



이에 대해 이 부대변인은 "윤 대통령과 함께 우르술라 폰 데어 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 등 다수 정상급 인사가 조문록을 작성했다고 저희가 공지해 드렸는데, 그 이후에도 많은 정상들이 조문록을 작성했다"고 했다.

그는 "모나코 국왕, 그리스 대통령, 오스트리아 대통령, 이집트 총리, 리투아니아 대통령 등 다수의 정상급 인사들이 영국 왕실 안내에 따라서 장례식을 마친 뒤 조문록을 작성했다"고 전했다. 이어 "이들이 모두 왕실로부터 홀대를 당한 건 당연히 아닐 것이다. 참배가 불발됐다거나 조문이 취소된 것 또한 아닐 것"이라고 받아쳤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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