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사회복지재단(이사장 정몽준)은 아프가니스탄에서 전쟁으로 고통받는 주민들을 치료하고, 모로코에서 결핵 환자 퇴치에 앞장선 외과의사이자 보건 전문가인 박세업 씨를 제34회 아산상 대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20일 밝혔다.
박씨는 부산대 의과대학 재학 당시 우연히 아프리카 의료선교사에 대해 알게 되면서 의료봉사의 꿈을 키웠고, 오지에 사는 가난한 환자들을 치료하겠다는 생각으로 일반외과를 전공했다. 졸업 후 의료 환경이 열악한 베트남, 몽골, 아제르바이잔 등 해외 의료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실천에 옮겼다.
2005년에는 전쟁 중인 아프가니스탄에 의사가 부족해 수많은 사람이 사망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한 뒤 가족과 함께 아프가니스탄으로 향했다. 아프가니스탄에서는 수도 카불의 큐어국제병원 일반외과 과장과 바그람 미군기지 내 한국병원의 병원장을 맡아 주민 치료와 현지 의료진 훈련에 힘썼다.
박씨는 ‘더 많은 사람을 살리려면 그들이 사는 현장으로 들어갈 필요가 있다’는 생각으로 50세에 미국 존스홉킨스대학에서 보건학 공부를 시작했다. 2012년 보건학 석사과정을 마친 뒤에는 모로코에서 결핵 환자 치료에 나섰다. 결핵 발병률이 높은 모로코에서 박씨가 치료한 환자만 2만7000여 명에 달한다. 특히 정해진 시간에 자동으로 알람이 울려 결핵약 복용을 확인할 수 있는 ‘스마트 약상자’를 도입하고 결핵 관리 전산 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70%에 머물던 모로코의 결핵 완치율을 90%까지 높이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으며, 현지 의사면허도 취득했다.
아산상 의료봉사상에는 27년 동안 한센인 치료에 전념해온 오동찬 국립소록도병원 의료부장이 선정됐다. 오 부장은 한센인을 치료하겠다는 생각으로 1995년 국립소록도병원 공중보건의로 지원해 지금까지 진료를 계속하고 있다. 아랫입술이 처지는 한센병 후유증 때문에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환자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국내 처음으로 ‘아랫입술 재건 수술법’을 개발해 500여 명의 환자를 치료했다.
아산상 사회봉사상은 착한목자수녀회에 수여된다. 1835년 마리 유프라시아 수녀가 프랑스에 설립한 국제수녀회로, 1966년 한국에 진출한 이후 서울 춘천 군산 제주 등에서 미혼모 돌봄 등의 지원활동을 펼치고 있다. 시상식은 오는 11월 17일 서울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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