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자라줘서 고마워. 이제 시각장애인의 눈과 친구가 돼 함께 꽃길만을 걷길 바란다.”(퍼피워커 A씨)
20일 경기 용인시 삼성화재안내견학교에서 열린 ‘함께 내일로 걷다,’ 행사장. 시각장애인 안내견 양성기관인 안내견학교에서 4주간 합숙하며 교육을 받은 시각장애인 8명과 안내견 8마리가 서로를 껴안았다. 이들은 앞으로 서로 돌봐주는 인생의 동반자로 함께하게 된다. 지난 1년간 안내견을 키운 자원봉사자 퍼피워커 8명은 눈물로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강아지를 떠나보내는 아쉬움과 시각장애인과의 새로운 인생을 응원하는 박수가 터져 나올 무렵 은퇴견 6마리가 행사장에 들어섰다. 6~8년간 안내견 활동을 끝마치고 새로운 입양가족을 만나 반려견으로 인생 2막을 시작하는 은퇴견이다. 특히 3마리의 은퇴견은 강아지 때 함께한 퍼피워커 가족에 다시 입양됐다. 행사에 참여한 홍원학 삼성화재 대표는 “앞으로도 안내견과 파트너가 더불어 사는 세상을 위해 사회적 환경과 인식을 개선하는 데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3년 만에 오프라인으로 열린 ‘함께 내일로 걷다,’ 행사는 끝이 아닌 시작이란 의미를 지닌다. 행사명 끝을 마침표가 아니라 ‘쉼표(,)’로 맺은 것도 새로운 안내견과 시각장애인 파트너의 동행이 시작되고, 은퇴견을 입양한 자원봉사자도 새로운 삶을 맞이한다는 뜻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삼성의 신경영 선언 직후인 1993년 9월 설립된 삼성화재안내견학교는 올해로 29년째를 맞았다. “진정한 복지 사회가 되려면 장애를 가진 이들도 거리낌 없이 사회 구성원으로 받아들여져야 한다”는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의 뜻에 따라 1994년 처음으로 안내견 분양을 시작했다. 이후 매년 12~15마리를 무상 분양하고 있다. 이달 기준 총 267마리가 분양됐고, 현재도 70마리가 안내견으로 활동하고 있다.
안내견은 시각장애인이 사회의 당당한 일원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다만 이를 위해선 2년의 훈련 기간과 7~8년의 활동 기간 등 꼬박 10년간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안내견의 평균 수명은 13.9세지만, 안전한 안내를 위해 통상 만 8세 전후로 활동을 끝내고 일반 반려견으로 돌아간다. 이 과정에 들어가는 비용만 1억~2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화재안내견학교는 이런 과정을 모두 무상으로 지원하고 있다. 안내견학교는 엄격한 훈련과정을 통해 안내견 후보 강아지를 선발한다.
강아지가 생후 8~9주차가 되면 퍼피워커 가정에 맡겨진다. 퍼피워커와 함께 1년여간 사회화 과정을 거친 개들은 성격과 건강 등 검진을 받는다. 이를 통과한 개들은 안내견학교에서 6~8개월간의 혹독한 훈련 및 시각장애인과의 합숙 교육을 받게 된다. 모든 과정을 통과하는 안내견은 35% 정도다. 회사 관계자는 “캠페인을 통해 안내견에 대한 사회의 선입견을 없애기 위한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배성수 기자 baeb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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