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코로나19 사태가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 국면에 접어들면서 호텔 매출은 급격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그런데도 착실히 호텔리어를 준비하던 2030 가운데 상당수가 호텔 취업을 포기해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런 와중에 구직자의 입사 지원 건수는 2020년 66만741건에서 올해 26만562건으로 60.5% 쪼그라들었다. 호텔업계에선 “인력난이 풀릴 기미가 안 보인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런 경향이 나타난 데엔 코로나19로 호텔업 종사자가 대량 실직하는 모습을 보면서 구직자들 사이에 ‘호텔리어는 파리 목숨’이라는 인식이 생긴 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산하 관광산업위원회의 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호텔업장의 평균 근로자 수는 2019년 3월 68명에서 2020년 9월 52명으로 줄었다.
인력이 감소한 상황에서 올해 들어 방문객이 몰리다 보니 재직자들의 업무 강도는 갈수록 세지고 있다. 서울의 한 고급호텔에서 8년째 고객 응대 업무를 하는 A씨(33)는 “업무가 3교대로 진행되는데, 근무자가 적어 교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회사가 채용공고를 계속 올리고 있지만, 쉽사리 직원이 뽑히지 않는다”며 “새벽 1시 잠들기 전에 현장에서 급히 도움을 요청하는 전화가 오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이는 조사 대상 18개 산업의 평균 월 임금 총액(348만3000원)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금액이다. 호텔리어의 임금이 다른 서비스 업종에 비해 낮은 건 코로나19 이전에도 마찬가지였지만, 올해 들어 업무 강도가 세지면서 이런 단점이 더 부각되는 양상이다.
올해 서울의 한 5성급 호텔에 입사한 백모씨(26)는 “업무 강도가 세면 그만큼 보상이 많아야 하는데 완전 정반대”라며 “더 좋은 호텔로 이직한다고 해도 근무환경이 비슷할 것 같아 아예 다른 업종으로 옮기는 걸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최충범 세종대 호텔관광외식경영학부 교수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삶의 질을 중요시하다 보니 호텔업 기피 현상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며 “학생 중에서도 이 문제로 진로를 고민하는 사례가 많다”고 했다.
이런 실상이 알려지면서 주요 대학 호텔 관련 학과의 경쟁률도 갈수록 낮아지는 추세다. 경희대 호스피탈리티 경영학부의 경쟁률은 2020년 10.5 대 1에서 올해 8.6 대 1로, 세종대 호텔관광외식경영학부의 경쟁률은 같은 기간 19.3 대 1에서 14.6 대 1로 떨어졌다.
업계에선 지금과 같은 인력난이 장기화하면 국내 호텔의 경쟁력에 심각한 타격이 올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한 고급호텔 관계자는 “예약을 위해 전화를 수십 번 해도 직원과 통화하기 어렵다는 소비자 불만이 자주 제기된다”며 “서비스 품질 악화가 만성화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업계 내부에서도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미경 기자 capit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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