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시사회에는 박서보, 이우환, 민진홍, 심문섭, 이강소, 정광화, 이진우 작가 등이 참석했다. 박서보와 이우환 화백은 손을 꼭 붙잡고 긴 시간 김 화백에 대한 추억을 나누기도 했다. 박서보 화백은 이날 시사회가 끝난 뒤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나는 영화를 본 것이 아니다. 창열이의 이야기를 들으며 막을 내릴 때까지 내내 대화를 나누었다. 그 시간에 창열이는 하늘이 아니라 분명 내 앞에 앉아 있었다”고 적었다. 김 화백의 장남 김시몽 고려대 불문과 교수 부부와 갤러리현대가 미술계 거물들을 한자리로 모으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창열은 1세대 단색화가다. 그를 비롯한 정창섭, 윤형근, 박서보, 이우환, 이강소 등 단색화가들은 모두 6·25전쟁을 겪었다. 상당수는 군에 징집됐거나 전쟁으로 친구와 가족을 잃는 큰 상처를 입었다. 김 화백은 물방울을 마음의 안식이자 위로로 삼았다. 프랑스 파리에서 활동하던 당시 물감 위에 뿌려둔 물이 만들어낸 물방울의 신비로움에 매료됐고, 1971년 첫 번째 물방울 작품인 ‘밤에 일어난 일’을 시작으로 줄곧 물방울만을 그렸다.
이번 다큐멘터리는 김 화백의 작품세계와 인간으로서의 내면을 동시에 탐구한다. 성곡미술관은 21일부터 다음달 15일까지 영화와 같은 이름의 ‘물방울을 그리는 남자’ 사진전을 연다. 다큐멘터리 필름과 관련한 사진과 영상 500여 점을 선보인다.
영화사 관계자는 “이번 다큐멘터리는 김 화백이 이룬 업적을 주로 다루는 일반적인 형식이 아니라 개인의 삶과 내면에 관해 다룬 게 특징”이라며 “다큐멘터리를 본 뒤 작품을 보러 미술관에 가겠다고 하는 관객이 많다”고 말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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