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노란봉투법, 폐기가 정답이다

입력 2022-09-20 18:09   수정 2022-09-21 00:35

지금 국회에서는 이른바 노란봉투법에 대한 입법 전쟁이 한창이다. 노조의 노동쟁의로 사용자의 재산권을 침해한 행위에 대해서 사용자가 손해배상을 청구한 경우 그 상한액을 설정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노동조합법 및 그 관계법 개정을 둘러싼 여야 갈등을 말한다. 2014년 쌍용차 파업에서 보는 바와 같이 회사가 노조원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 대해서 법원이 47억원이라는 손해배상액을 명함으로써 사측의 소송은 그 적법성이 인정됐다. 당시 법원의 판결금과 관련해 노조 지지자들이 현금을 모아 노란 봉투에 담아 패소한 노조에 전달하면서 노조와 노조원의 책임을 묻지 못하도록 요구한 이후 이른바 노란봉투법으로 명명되고 있다.

불법행위를 구성하는 파업을 한 대가로 회사가 입은 손해에 대해 원인 제공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은 회사의 재산권 행사로서 당연한 귀결이다. 그러나 배상책임을 부담하는 노조원들은 경제적 타격이 크다. 그래서 노조와 야당은 정치투쟁을 하는 것이고 사측의 소 제기는 부자들을 위한 법치주의라고 비판한다.

노조와 노조원의 불법파업으로 인한 사업자의 손해는 아무리 헌법상 인정된 노동조합의 권리라고는 하지만 재산권 침해와 관련해 비례성의 원칙에 반한다. 대우조선해양은 손해액이 무려 8165억원 상당이고 이 중 확정된 금액만 470억원에 이른다. 대우조선해양 측이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해 현재 1심이 진행 중이다. 하이트진로는 운송료 인상을 무기로 파업에 들어간 25명의 노조원을 상대로 27억7000여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으나 사측의 양보로 소를 취하해 일단락됐다.

불법행위로 발생한 기업 측의 손해에 대해 기업이 제기한 소송에서 배상 상한액을 제한하는 것은 법 이론과 원칙에 전혀 맞지 않는 발상이다. 아무리 경제적 약자, 사회적 약자인 노조원의 파업권이 중요하다고 해도 기업이 존재하지 않는 근로자란 상상도 할 수 없다. 약자를 보호한다는 미명하에 사업주인 기업의 재산권 행사를 침해하는 것은 헌법상 평등의 원칙에도 맞지 않는다.

만일 이 노란봉투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불법 쟁의와 기물 파손 등을 일으키는 노조 및 노조원에게 기업 측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재산권 침해의 대응 방법이 고작 소송 하나밖에 없는 상황에서, 이마저 상한을 설정하거나 노조원에 대한 청구가 배제되면 그야말로 무법천지가 될 것이다. 만일 노란봉투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대통령은 법률안 거부권을 적극 행사해야 한다. 대통령에게 정치적 부담이 가중되더라도 거부권 행사는 필수적이다.

노란봉투법은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악법 중의 악법이다. 1982년 프랑스에서 이와 비슷한 사례가 헌법위원회의 위헌 결정으로 막을 내린 사례가 있다. 영국도 노조원의 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의 경우 배상액 상한을 25만파운드에서 100만파운드로 4배나 증액하는 법 개정을 했다. 노조에 불법행위를 하지 말라는 시그널인 것이다. 우리나라만 이와 같은 세계적인 추세에 역행하고 있다.

노조의 파업권 제한과 재산권 침해는 충돌하는 지점이 없지 않다. 하지만 경제적인 강자라는 이유만으로 기업의 재산권 침해는 방치하고 노조의 불법파업을 합법으로 인정해주는 야당의 법 개정은 민주주의 기본원칙을 파괴하는 것이다. 약자를 위한 정의가 폭력과 재산권 침해를 정당화할 수는 없다. 민주노총은 근로자의 이익을 지키는 노조가 아니라 반미 자주 투쟁이라고 하는 그들의 슬로건에 나타난 바와 같이 정치단체일 뿐이다. 약자인 근로자의 이익은 포장지에 불과하고 노란봉투법으로 자유민주주의를 와해시키려는 저의를 숨기고 있음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노란봉투법은 반드시 막아야 할 악법 중의 악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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