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폐양어장에서 길고양이 10여마리를 학대하고, 신고자를 협박한 20대 남성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대구지법 포항지원 제1형사부(권순향 부장판사)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보복 협박) 등으로 구속기소 된 A씨에게 징역 1년4개월과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고 20일 밝혔다.
재판부에 따르면 A씨는 지난 1월부터 3월까지 포항에서 길고양이 16마리를 잡아 폐양어장에 가두고 학대하거나 죽인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고양이 학대 사진을 인터넷에 올리는가 하면 자신을 동물 학대 혐의로 경찰에 신고한 신고자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협박했다. 또 다른 사람 소유의 양어장 배수 파이프를 전기톱으로 잘라 피해를 줬다.
A씨 측은 재판 과정에서 "심신미약 상태에서 저지른 일"이라며 "배수 파이프는 이미 낡아 사용할 수 없을 정도여서 재물손괴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A씨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범행 방법과 수법, 행동 등을 보면 사물 변별 능력이 미약한 상태로 볼 수 없고, 전기톱으로 잘라낸 배수 파이프도 재물손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협박당한 신고자가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고, 길고양이를 학대하는 등 죄가 가볍지 않다"면서 "다만 잘못을 인정하고 소정의 합의가 이뤄진 점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앞서 검찰은 A씨에게 징역 4년과 벌금 300만원을 구형했다.
한편, 동물보호단체 '동물권행동 카라'는 이날 재판 직후 포항지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구형량의 반도 안 되게 나온 것이 아쉽지만 실형이 나온 것은 다행"이라고 밝혔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