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고환율·고금리로 약세장을 그리는 가운데, 식품주들이 경기방어주 역할을 해내면서 주목받고 있다. 최근 잇따른 음식료품 가격 인상도 장기적으로는 영업이익 개선으로 이어져 ‘호재’가 될 것이란 분석이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20일까지 코스피 음식료품 지수는 0.46% 하락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가 4.22% 하락한 것을 고려하면 시장 대비 선방한 셈이다. 개별 종목으로 보면 성과가 더 두드러졌다. 식품 대장주로 꼽히는 CJ제일제당이 이달 4% 상승했고, 오리온(5.64%), 농심(2.18%), 롯데제과(5.24%) 등도 수익률이 양호했다.
식품주들은 불경기에도 주가를 잘 방어해내는 대표적인 경기방어주로 꼽힌다. 올해 들어 농산물 가격 급등이라는 악재가 닥쳤지만, 시장수익률과 비교하면 주가를 잘 방어해냈다. 올 상반기 코스피지수는 21.9% 빠졌지만, CJ제일제당은 0.3% 빠지는데 그쳤다.
식품주 주가에 마이너스 요인이었던 국제 곡물가격 상승세도 잦아들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시카고선물거래소에서 거래되는 밀 가격은 5월 1t당 455달러까지 치솟았으나 이달 들어 310달러 선에 머물고 있다. 다만 곡물의 생산 투입 시기와 고환율로 인한 부담까지 고려하면 원가 경감은 내년부터 시작될 것으로 예상됐다.
최근 업체들이 원재료 가격 상승 여파로 잇달아 음식료품 가격 인상을 하고 있지만, 오히려 식품주 주가엔 긍정적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하반기 곡물 가격이 안정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에 따라 내년부터는 이익률이 더욱 개선될 수 있어서다. 앞서 CJ제일제당과 대상은 김치가격을 각각 11%, 9.8% 인상했고, 오리온은 제품 가격을 평균 15.8% 올렸다. 농심도 라면 가격을 11.3%, 스낵 가격을 5.7% 인상했다.
조상훈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 가격 인상을 한 업체들의 특징은 그동안 가격 인상에 보수적인 기업들이라는 점”이라며 “오랜만의 가격 인상과 곡물가격 하락에 따른 마진 스프레드 개선 효과를 누리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요 식품주 가운데서는 CJ제일제당과 오리온의 실적 개선폭이 두드러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하나증권은 내년 CJ제일제당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11.7% 늘어난 2조67억원, 오리온은 10.9% 늘어난 4843억원을 기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나금투는 오리온의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11.2% 증가한 4740억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중소형주들 가운데서는 ‘옥석 가리기’가 필요할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상반기 낙폭이 컸던 농심, 대상은 상승 가능성이 있고, 리오프닝 수혜를 입은 주류주 등은 실적 개선세가 둔화될 수 있다는 진단이다.
심은주 하나증권 연구원은 “곡물가 상승으로 마진 훼손이 불가피했던 업체들 가운데 판가 인상을 단행한 낙폭 과대주에 대한 투자가 유망해 보인다”고 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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