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으로 날리고 결국엔…" 2030 재유행하는 재테크 뭐길래

입력 2022-09-22 07:25   수정 2022-09-22 14:30


지난해 목돈 2000여만원을 주식에 넣었다가 막대한 손실을 봤다는 30대 직장인 이모씨. 그는 주식시장 둔화로 큰 수익을 벌어들일 기회가 줄어든 데다 물가까지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당장 믿을 건 금리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 이씨는 지난 7월부터 매달 12개월 만기 적금을 새로 가입하고 있다. 월 20만원씩 넣는 적금만 지금까지 3개를 두고 있는 그는 "당장 거금이 눈앞에 보이는 건 아니지만 용돈과 자투리 돈을 매달 모으는 '풍차 돌리기'를 이용해 5년 뒤 투자에 활용할 종잣돈(시드머니)을 마련하고자 한다"며 "20대 사회초년생 시절 했던 재테크를 다시 하니 감회가 새롭고 소소한 만족감도 느낄 수 있어 개인적으로 느끼는 보람이 크다"고 말했다.

금리 인상기를 맞아 주식시장이 침체에 빠지면서 이른바 '풍차 돌리기' 재테크가 2030세대에서 다시 유행하고 있다. '적금 풍차 돌리기'는 과거 재테크의 기본으로 통했다. 매월 새로운 적금 상품에 가입한 뒤 만기 시점부터 차례로 원리금을 거두어 목돈을 마련하는 저축 방식을 뜻한다. 주식 투자에 비해 지루하지만 상대적으로 자금이 부족한 사회초년생에게 돈 불리는 재미를 느끼도록 한다는 면에서 효용성이 높은 편이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월 납입 한도는 작지만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적금 상품이 잇따라 시장에 나오면서 풍차 돌리기족(族) 자금이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신한은행이 지난 2일 출시한 연 최고 11%의 금리를 적용하는 적금 상품(6개월제 자유적립식, 월 납입 한도 30만원)은 4영업일 만에 신규 계좌 수 5000좌를 돌파했다. 웰컴저축은행이 지난 6일 시장에 내놓은 연 최고 10% 금리를 제공하는 적금 상품(12개월 단일 약정, 월 납입 한도 20만원)은 출시 1주일 만에 1만좌 판매를 달성하면서 높은 수요를 입증했다.

아예 풍차 돌리기족을 겨냥한 적금 상품도 쏟아지고 있다. 스마트저축은행은 지난 7일부터 연 최고 5% 금리를 적용하는 적금을 판매하고 있다. 이 적금은 월 최대 20만원까지 적립이 가능한 상품으로 우대조건 없이 최고 금리를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는 다음 달 31일까지 코드K자유적금 가입 소비자에게 기본금리 연 3.8%에 임의로 최대 6.3%포인트 우대금리를 추가로 제공한다. 월 납입 한도는 30만원이다. 광주은행은 지난 6일부터 연 최고 13.2% 금리를 제공하는 적금을 판매 중이다. 1년 만기 상품으로 월 납입 한도는 50만원이다.

적금뿐만 아니라 '신용카드 풍차 돌리기'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신용카드 풍차 돌리기란 카드사가 신규 발급자를 대상으로 제공하는 현금성 지원을 받은 뒤 카드를 해지하는 행위를 반복하면서 혜택을 극대화하는 재테크 방식을 의미한다. 국내 카드사들이 통상 신용카드 발급 직전 6개월에서 1년 사이 실적이 없는 소비자에게 현금성 지원 혜택을 제공한다는 점을 활용한 재태크로 카드 해지 일자와 발급 일자를 주기적으로 관리하면서 이익을 키우는 식이다.

최근에는 신용카드 신규 발급 시 소비자에 제공되는 현금성 지원액이 큰 편인 만큼 가계 지출액을 줄이는 용도로 활용할 만하다. 이는 과거와 달리 카드 모집인의 역할을 빅테크 및 핀테크 플랫폼이 대체하면서 신규 모집에 드는 비용 일부가 소비자 현금성 지원 규모로 넘어간 데 따른 것이다. 실제로 이날 기준 토스에서는 총 13종 신용카드의 신규 발급 회원에게 최대 16만원까지 현금을 돌려주고 있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금융국장은 "2030세대의 경우 정보 습득 능력이 뛰어난 만큼 저축 방식에 있어서도 보다 합리적인 선택으로 개인의 이익을 키우려는 특성이 분명히 드러난다.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부분"이라면서 "단, 개인의 자금 상태와 소비 행태를 고려하지 않고 다수의 계좌 또는 신용카드를 연달아 만들거나 카드 해지 시점을 놓치는 등 관리가 소홀해진다면 자신의 전체 소비 규모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오히려 과소비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은 유의해야 할 부분"이라고 조언했다.

김수현 한경닷컴 기자 ksoo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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