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9월 21일 15:48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개구리를 끓는 물 속에 집어넣으면 뜨거워서 튀어나오지만 따스한 물에 집어넣고 천천히 끓이면 현재의 따스함에 취해 자신의 몸이 익어가는 줄도 모르고 서서히 죽어간다. 안타깝지만 요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시대를 맞아 우리나라 기업이 처한 상황이 바로 이와 같지는 않은지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ESG 시대에 글로벌 경영환경은 어떻게 급변하고 있는가? 그리고 우리는 어디에 집중하고 있는가? 이 두 가지 질문에 끊임없이 답을 구하지 않는다면 '냄비 속의 개구리'처럼 따뜻한 물을 즐기다 자신도 모르게 죽어갈 수도 있다.
ESG 평가요소 중 가장 중요한 것을 꼽으라면 '탄소 중립'을 빼놓을 수 없다. 탄소 중립목표를 설정하고 성실히 이행하는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의 대외 경쟁력이 현격히 차이가 나는 것을 우리는 목격하고 있다.
과학기반의 탄소 중립목표를 선언하고 그 설정한 목표를 국제적으로 승인받으려고 세계적인 많은 기업이 SBTi(Science-based Target Initiative)에 등록하고 있다. 우리나라 기업의 SBTi 목표설정 현황은 다른 나라 기업에 비해 어떠한가?
SBTi에는 2022년 9월 현재까지 전 세계 3627개 기업이 참여하고 있으며, 목표설정을 승인받은 기업 수는 1703에 달한다. 이 중 한국의 참여기업과 목표설정을 승인받은 기업 수는 오늘까지 각각 30개사, 5개사에 불과하다. 한편, 주요 국가별 SBTi 참여 현황은 다음과 같다.
우리나라는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SBTi 참여기업 수가 상대적으로 많지 않은 것을 알 수 있다. 한편, 우리 기업의 ESG 평가현황을 살펴보자. 우리 기업이 수출, 프로젝트 수주, 투자유치 등의 현장에서 경쟁력을 가지려면 MSCI나 DJSI와 같은 국제적인 ESG 평가점수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외부감사를 받는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2021년 기준 3만3250개사) 중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의 ESG 평가를 받는 기업은 유가증권상장법인을 중심으로 한 776개사에 불과하며, MSCI나 DJSI와 같은 국제적인 평가를 받는 기업의 수는 더 적다.
ESG 평가를 받으려면 우선 환경관점에서 탄소측정, 탄소 중립 목표설정, 그리고 탄소 중립 실행을 하여야 한다. 또한, 사회나 지배구조 관점에서도 국제 기준의 목표를 설정한 후 개선방안을 도출하고 꾸준히 실행해나가야 한다.
이러한 노력 없이는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국제 기준에 맞게 작성 및 공시할 수 없을 것이고, 평가기관들이 공시되지도 않은 데이터를 평가할 수 없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국제 기준의 평가점수가 없는 우리 기업들이 당장 내년부터 시작되는 독일의 공급망 실사법을 비롯한 각종 쓰나미를 어떻게 헤쳐나갈지 생각할수록 아득하기만 하다.
필자는 회계법인 ESG 센터를 이끌면서 매일 ESG 경영현장을 누비며 기업, 투자자, 평가기관, 국제기구 관계자들을 만나 ESG와 관련한 다양한 주제의 대화를 나눈다. 그러다 문득 씁쓸한 생각 하나를 떠올린다."우리나라에는 냄비 속의 개구리가 너무 많은 것은 아닌가?"
냄비 속 물이 더 뜨거워지기 전에 정신 차리고 탈출하려면 우리 기업들은 다음과 같은 일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는지 스스로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 수출, 투자유치, 신용평가 등에 활용되는 ESG 평가지표에 관심을 가진다.
□ ESG 평가지표 중 탄소 중립 목표설정 및 실행방법에 관심을 가진다.
□ ESG 공시와 평가를 위한 조직을 구성하고 프로그램을 구축하여 ESG 경영을 시스템화한다.
□ 내부 구성원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기본교육, 시스템 사용법 교육, 성과보수 연계 등을 실행한다.
□ ESG 관련 정부 정책 방향, 지원제도, 금융 등에 대한 정보를 적극적으로 확보한다.
위 이외에도 한 기업의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해서는 더욱 큰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ESG라는 큰 파도를 헤쳐나가기 위해 이러한 사항을 지속해서 점검하는 습관이 절실한 때다.
정리=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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