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의 중심에는 사람이 있다. 노벨경제학상(2018년) 수상자인 폴 로머는 경제의 지속성장 관건은 노동·자본과 같은 양적 투입보다 인적자본·기술과 같은 질적 변화에 달려 있다고 한다. 중국은 미래 경제성장을 위해 파괴적 혁신기술과 지식재산권의 국가를 아젠다화했다. 중국은 짧은 기간 내에 확보할 수 없는 첨단기술은 해외로부터 조달하는 방식을 택했다. 인수합병이나 인력 채용과 같은 합법적인 방법뿐만 아니라 기술 탈취, 지식재산 침해와 같은 불법적인 방법도 사용했다.
특히 주요국의 핵심 기술을 획득하기 위해 인력 확보에 수단을 가리지 않았다. 중국의 우수 인재 영입 프로그램인 ‘천인계획(千人計劃)’에 참여한 찰스 리버 하버드대 교수는 중국 정부로부터 받은 연구비를 숨기고 허위로 소득신고를 한 혐의로 지난해 12월 유죄 판결을 받았다. 미국은 최첨단 연구 성과를 빼돌리려는 중국의 간첩행위에 모든 수단을 동원해 강력히 대응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천인계획에 참여해 자율주행차 관련 국가핵심기술을 중국에 넘긴 KAIST 교수에게 작년에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한 바 있다.
중국의 전방위적 노력은 세계 경제성장 기여도 세계 1위, 특허출원 수 압도적 1위, 연구개발(R&D) 투자 2위 등의 위치에 놓이게 했다. 우리가 과거 우위에 있었던 통신, 전지, 가전, 자동차, 섬유를 비롯한 많은 분야가 지난 10년 동안 열위로 전환됐다. 정밀화학, 반도체, 디스플레이, 정밀기기, 항공, 조선 등은 아직 우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그 간격이 빠르게 줄고 있다.
한국은 외환위기 이후 25년 만에 6개월 연속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할 만큼 상황이 좋지 않다. 그간 우리는 기술인력 유출 방지와 같은 방어적 정책에만 치중한 것이 아닌지 되짚어봐야 한다.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고 초격차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 공격적이고 동태적인 인재 확보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편 기술인재 유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국내 인력의 해외 유출도 증가하고 있다. 국내 이공계 인력의 해외 취업은 증가하는 반면 외국인의 국내 취업은 줄고 있다. 또한, 중국은 첨단기술 분야의 우리나라 경력직 개발자들을 2~3배의 높은 연봉과 파격적인 조건으로 채용한다. AI 분야의 경우 독일 일본 영국 미국 등은 인재 유출보다 유입이 많지만, 한국과 중국은 해외로 빠져나가는 자국 인재가 더 많다. 초격차의 핵심은 인재다. 좋은 인력을 확보하고 성장시킬 수 있도록 기업은 근로 여건, 지원체계, 교육 기회와 문화 등을 개선하고, 정부는 R&D·금융·설비 지원, 세금 감면, 산학협력 등 다양한 기업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손승우 한국지식재산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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