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번주 들어 분양공고를 한 단지는 경남 ‘밀양 부북지구 제일풍경채’ 한 곳에 불과하다. 분양공고는 이달 둘째주 17건에서 지난주 6건으로 줄었다. 분양공고는 건설사 등이 지방자치단체의 분양 승인을 받고 사업이 확정됐음을 알려 청약자를 모집하는 절차다.
당초 이달에만 전국에서 최대 3만여 가구의 아파트가 공급될 것으로 예고됐다. 하지만 실제 분양이 확정된 물량은 5529가구에 그치고 있다. 월말까지 추가 물량이 나와도 작년 9월(2만1913가구)의 절반에도 못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보통 청약 1~2주 전에 공고를 내는 것을 고려하면 다음달 초순까지 주택 분양이 대폭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서울은 지난달 이후 분양 물량이 231가구에 불과하다. 공사비 급등으로 인한 재건축·재개발 조합과 건설사 간 갈등 때문에 분양이 지연되는 현장이 늘고 있다. 분양가를 높게 책정하려는 조합원과 공급을 서두르려는 건설사 간 이견도 큰 것으로 전해졌다.
중랑구 ‘중화롯데캐슬SK뷰’(중화1구역·1055가구)와 동대문구 ‘이문아이파크자이’(이문3구역·4321가구) 등 대규모 재개발 단지들이 분양 일정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상반기 분양 예정이었던 서초구 ‘래미안 원펜타스’는 사실상 내년으로 분양이 연기됐다. 대우건설이 시공하는 성동구 ‘푸르지오 써밋’(행당7구역) 역시 이달 초 변경 인허가를 받았으나 분양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시장 상황이 좋지 않은 데다 조합과의 갈등도 심해 분양 시기를 가늠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주택 공급 지연이 입주난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임채우 국민은행 수석전문위원은 “서울에선 미분양 문제보다 재건축·재개발 사업이 원활하게 진행되느냐가 관건”이라며 “공급이 줄면 중장기적으로 시장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GS건설은 당초 이달로 예정했던 충남 ‘아산자이그랜드파크’ 분양을 다음달 이후로 미뤘다. HDC현대산업개발도 ‘논산 아이파크’ 분양을 다음달 이후로 늦췄다. 업계 관계자는 “대구 등 일부 지역에서 최근 초기 계약률이 10%에도 못 미치는 단지가 속출하자 건설사들이 분양 시기를 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분양 지연으로 건설사의 재무적 부담도 커질 전망이다. 건설사들은 금융비용이 불어나고 있어 분양을 계속 미룰 수 없는 상황이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본부장은 “건설사들은 사업 지연으로 금융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며 “상반기부터 분양이 연기된 단지가 연말에 쏟아지면 단기간에 미분양이 급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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