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창궐로부터 2년 반이 흐른 지금 바이러스에 대한 두려움은 희미해졌다. 그렇다고 기업이 정부의 사회 안전망 역할을 넘겨받는 흐름까지 약해진 건 아니다. 지금 시장에선 글로벌 물류망 훼손과 최악의 이상기후가 야기한 음식료값 급등세가 한창이다. 이런 와중에 가정주부, 직장인의 주머니 사정에 실질적 도움을 주는 건 대형마트, 편의점들이다.
이들은 정부가 지난 7월 관세 인하 등의 조처를 하기 한참 전부터 세계 곳곳의 납품처를 이 잡듯이 뒤졌다. 글로벌 시장이 급등세를 타기 전 소고기, 원두 같은 식품과 원재료를 싼값에 대량 구매해 국내 식품 가격 상승세를 저지하는 ‘방어선’ 역할을 했다.
치킨에서 시작해 피자, 탕수육, 햄버거 등으로 이어진 ‘반값’ 시리즈는 최고경영자(CEO)에서부터 말단 상품기획자(MD)까지 관련 유통회사 전 구성원이 치열하게 노력한 결과다. 정부가 도와준 건 없다.
단순 노동인력의 이탈로 만성화 조짐을 보이는 인건비 급등 문제를 완화하는 건 로봇 기업들이다. 이들이 외식매장에 공급한 로봇은 국수를 말고, 치킨을 튀기며, 커피를 내리는 일을 능숙하게 처리하고 있다. 국수, 치킨, 커피값이 오르는 것을 늦추는 ‘주연’들이다. 격변의 시대에 전 세계를 상대로 치열한 경쟁을 펼치는 기업들이 국가에 봉사하려는 목적으로 이런 일을 할 리 만무하다.
오프라인 유통사들만 해도 그렇다. 이들은 2010년대 중반 이후 e커머스에 빼앗긴 주도권을 되찾아오기 위해 절치부심 중이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선 판이 흔들리는 지금 ‘식품의 강자=오프라인 매장’이란 인식을 되살리는 방법밖에 없다. 상품가격이 지금보다 더 올라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는 일을 막는 것도 절체절명의 숙제다. 디플레이션은 곧 파국이기 때문이다. 이런 점들이 동인(動因)이 돼 이들을 절실하게 뛰도록 만드는 것이다.
행여 함께 뛰는 파트너 앞의 걸림돌을 제거해주기는커녕 족쇄를 묶고 뛰게 하는 정부여선 안 된다. 각 부처가 ‘친기업 과제’ 발굴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은 고무적이지만, 새 정부 규제 개선 1호 과제(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마저 정치적 부담에 철회되는 등의 안타까운 일들이 종종 벌어지고 있어서 하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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