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박 커진 與…'가처분 재판부' 기피신청했다 거부당해

입력 2022-09-21 18:12   수정 2022-09-22 02:22

국민의힘이 21일 법원에 이준석 전 대표가 정진석 비상대책위원회 등을 상대로 제기한 가처분 사건의 담당 재판부를 바꿔 달라고 요청했으나 법원이 이를 거부했다. 전날에는 경찰이 이 전 대표의 성상납 의혹을 검찰에 불송치하기로 결정했다. 오는 28일 법원의 가처분 심리를 앞두고 국민의힘이 이 전 대표와의 법적 다툼에서 불리한 위치로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21일 이 전 대표가 낸 5건의 가처분 신청에 대한 담당 재판부를 제51민사부에서 제52민사부로 바꿔달라고 서울남부지방법원에 요청했다. 재판부 재배당이 필요한 이유로는 △제51민사부가 8월 심판에서 법적 영역을 넘어 정치 영역까지 판단해 신뢰를 잃었다는 점 △임명 효력 정지 가처분 대상인 전주혜 비상대책위원이 재판장(황정수 부장판사)과 서울대 법대 동기라는 점 △다른 민사부가 있는데도 모든 가처분 신청을 제51민사부에 배당하는 것은 공정성에 의심받을 수 있다는 점 등을 들었다.

하지만 남부지법은 “(제52민사부는)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 권고의견 8호에 해당하는 사유로 제51민사부 재판장이 관여할 수 없는 사건을 담당하는 예비재판부”라며 “다른 사건은 (제52민사부에) 배당하지 않는다”며 거부했다. 공직자윤리위 권고의견 8호는 ‘법관의 2촌 이내 친족이 근무하는 법무법인이 수임한 사건은 해당 재판부에서 처리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내용이다. 여기에 해당하는 인물이 양측에 존재하지 않는 만큼 국민의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이 전 대표는 당의 재판부 재배당 요청 소식이 전해지자 페이스북을 통해 “바보가 아닌 사람들이 말이 안 되는 행동을 할 때는 으레 ‘지연전술’이라고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당이 재판부를 새롭게 배당받아 심문기일을 늦추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 것으로 풀이된다.

당이 전 비대위원과 재판장이 동창이란 점을 재배당 요청 이유 중 하나로 든 점에 대해선 “(그런 이유라면 재배당을) 신청해도 제가 신청해야지 본인들이 유리할까 봐 기피 신청을 한다는 게 말이 되나”라고 비판했다.

남부지법은 이 전 대표가 제기한 3·4·5차 가처분 신청 사건의 심문을 오는 28일 열 예정이다. 여기에는 정진석 비대위원장과 비대위원들의 직무 및 임명 효력 정지 등이 포함돼 있다. 재판부 재배당 신청은 통상 소송전에서 불리한 쪽이 제기한다는 점에서, 법원이 이 전 대표의 가처분 신청을 또다시 인용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법조계 출신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가처분 인용 판결도 사법부 전반의 인식과 일치하는 것으로 특정 판사의 돌출 행동이 아니다”고 전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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