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비상에…국민연금·한국은행, 14년 만에 통화스와프

입력 2022-09-21 18:22   수정 2022-09-22 01:51

한국은행과 국민연금이 14년 만에 통화스와프를 추진한다. 국민연금이 사실상 한은에서 빌린 달러로 해외 투자에 나서는 것이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치솟는 상황에서 국민연금의 해외 투자가 원화 약세를 부추긴다는 지적을 받자 나온 ‘환율 방어책’으로 풀이된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한은과 통화스와프 계약 체결을 검토하고 있다. 국민연금과 한은이 통화스와프를 맺는 것은 2005년 이후 처음이다. 당시 통화스와프는 총 177억달러 규모로 체결돼 2008년까지 운용됐다.

통화스와프 계약이 성사되면 국민연금은 한은에 원화를 제공하고 외환보유액을 통해 공급받은 달러로 해외 투자에 나설 수 있다.

한은과 국민연금의 통화스와프는 최근 들어 급등하는 원·달러 환율을 방어하기 위한 대책으로 분석된다. 국민연금은 매년 200억~300억달러가량의 해외 주식과 채권에 투자하고 있다. 국민연금의 전체 자산 919조5536억원 가운데 해외 투자금액은 418조9000억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주식이 246조8000억원으로 해외 투자금액의 26.9%를 차지한다. 이어 채권 65조6000억원(7.1%), 대체투자 106조4365억원(11.6%) 순이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넘보자 국민연금의 해외 투자가 환율 상승 압박을 키운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해외 투자에 나설 때 외환시장에서 달러를 사들여 대규모 환전 수요가 발생하는데, 환헤지는 거의 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4원70전 오른 1394원20전에 마감했다.
국민연금, 한은에 원화 주고 달러로 받아 해외투자
한국은행과 국민연금이 14년 만에 통화스와프를 추진하는 것은 그만큼 원·달러 환율 방어가 급하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이 원화 약세를 부추긴다는 지적은 국내외에서 계속 제기돼 왔다. 미국 재무부는 지난 6월 환율 보고서에서 “국민연금의 해외자산 보유 규모가 가치 평가 상승 효과로 2700억달러에서 3300억달러로 지난해 600억달러 증가했다”며 원화 약세 요인으로 국민연금의 해외 투자를 지목했다.

한은에서도 비슷한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 5월 열린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한 금통위원은 “최근 국민연금과 개인을 중심으로 거주자 해외증권투자가 크게 늘면서 외환 유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특히 국민연금의 경우 해외투자 비중을 계속 높이고 있는 가운데 해외투자에 필요한 외화를 주로 현물환 매수로 조달하고 있어 해외증권투자로 인한 환율의 구조적인 절하 압력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민연금은 지금까지 “원·달러 환율 급등은 글로벌 달러 강세의 결과”라며 “분할 매수를 통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원화 약세 폭이 주요국 통화에 비해 커지면서 안팎의 압박이 거세지자 한은과의 통화스와프 카드를 꺼내든 것으로 분석된다.

한은과 국민연금의 통화스와프는 환율 안정의 1석2조 효과를 누릴 수 있다. 국민연금의 환전 수요가 줄어들면 원·달러 환율 상승 요인이 줄어드는 데다 외환보유액을 직접 소진하지 않고 외환시장 안정을 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또 숙원이었던 단기외화자금 한도도 함께 늘릴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해외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게 될 전망이다. 국민연금 단기외화자금 한도는 현재 분기 평잔 기준 6억달러다.

조미현/차준호/곽용희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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