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일준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은 2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용량 사용자의 전기요금을 차등 조정하는 부분을 고민하고 있다”며 “과거 대기업 등 에너지 다소비 분야는 저렴한 요금을 적용받더라도 원가 회수율이 높았지만, 최근 글로벌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인해 대기업 전력의 원가 회수율도 70%가 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했다. 정부는 대기업 등 다소비 분야의 전력 원가 회수율을 98% 수준까지 회복한다는 목표다.
산업부는 대기업 등 에너지 다소비 분야에 전기요금 인상 폭을 차등 적용하면 한국전력의 적자를 줄이면서 국민의 전기요금 인상 부담도 완화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산업부와 기획재정부 등은 차등 적용 폭과 기간을 협의하고 있다. 박 차관은 “전력 다소비 분야에 적용하는 변화율을 어느 정도 기간에 걸쳐 설정하느냐에 따라 전기요금 인상률이 달라진다”며 “한전 적자만 생각하면 짧은 기간 내 (전기요금을 크게 올려) 빨리 회수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한전은 이미 산업부에 올 4분기 전기요금을 ㎾h당 50원가량 올려야 한다고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기재부는 고물가에 따른 국민 부담을 이유로 전기요금 대폭 인상에 반대하고 있다. 지난 정부 때 오는 10월부터 올리기로 한 ㎾h당 4.9원의 기준연료비 인상 외에 추가 인상엔 소극적이다.
산업부가 전기요금 인상폭을 차등 적용하려는 이유다. 대기업 등 에너지 다소비 분야는 전체 호수(공장, 회사 등 전기 사용 계약 단위) 기준으로 0.2%에 불과하지만 전기 사용량은 국내 총사용량의 50% 안팎에 달한다.
전력통계월보에 따르면 한전은 지난 7월 산업용으로 2612만㎿h, 주택용으로 755만㎿h의 전기를 판매했다. 전체 전력 판매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각각 53.8%와 15.6%다. 전기 판매 수입은 산업용이 3조3906억원, 가정용이 9593억원이었다. 평균적으로 가정용은 ㎾h당 127.1원, 산업용은 ㎾h당 129.8원이었다.
이에 대해 박영범 한성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한전 적자는 이번 에너지 가격 (급등) 파동과 함께 지난 몇 년간 구조적인 요인이 겹친 탓”이라며 “단편적으로 일부 분야 부담만 높이면 또 다른 시장 왜곡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물가 부담을 줄이려다 산업 경쟁력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전기요금 수준을 살펴보면 2020년 한국의 가정용 전기요금은 ㎿h당 103.9달러로 멕시코, 노르웨이, 터키에 이어 네 번째로 싸다. 산업용 요금은 ㎿h당 94.3달러로 가정용에 비해선 싸지만 미국(66.6달러), 덴마크(77.1달러), 이스라엘(85.8달러), 캐나다(89.7달러) 등 주요국보다 높다.
김소현 기자 alp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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