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익선동 한옥마을의 카페 골목. 과거와 현대가 공존하는 이 골목에 대규모 햄버거 팝업스토어가 들어섰다. 롯데리아가 세 개 건물을 한 달간 통째로 빌려 ‘불고기버거 팝업스토어’(사진)를 차린 것이다.
올해로 출시 30주년을 맞은 롯데리아의 간판 메뉴 불고기버거가 젊은 층을 공략하기 위해 대대적인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맥도날드, 버거킹 등 경쟁 햄버거 브랜드들이 대거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나온 가운데, 롯데리아는 불고기버거를 앞세운 공격 마케팅으로 시장 점유율을 키우겠다는 포석이다.
롯데리아는 그동안 전통적인 햄버거 프랜차이즈 사업을 꾸준히 유지하는 데 초점을 맞춰왔다. 그런 롯데리아가 이 같은 마케팅을 벌이자 관련 업계에선 파격적이란 평가가 나오고 있다.
30명의 신진 아티스트와 협업 작품 전시회, 미출시 메뉴 체험, 불고기 명장과의 컬래버레이션(협업) 메뉴 등 젊은 층과 소통하기 위한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2052년 미래 우주에 오픈한 것을 상정한 ‘롯데리아 스페이스 1호점’ 체험관과 내 마음대로 만드는 DIY 버거 코너 등도 소비자들의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 이날 불고기 랩을 방문한 20대 박모씨는 “어머니 손 잡고 롯데리아에서 먹었던 불고기버거를 우주에서 먹는 체험을 하니 색다르고 ‘힙’하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노브랜드버거, 쉐이크쉑 등 버거 브랜드가 다양화하면서 경쟁이 치열해지는 게 부담으로 떠올랐다. 맘스터치, 맥도날드, 버거킹, KFC 등은 M&A 시장에서 매각이 거론되고 있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빅5 햄버거 프랜차이즈 중 4개가 M&A 가능성이 제기되는 등 버거 시장이 급변하고 있다”며 “토종 브랜드인 롯데리아가 그 틈을 파고들기 위해 최근 적극적인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고 평가했다.
롯데리아는 올해 들어 불고기를 활용한 신메뉴를 잇달아 내놓고 있다. 지난 2월 청양 마요소스를 더한 ‘불고기 4DX’를 내놨고 6월에는 2004년 출시한 한우 불고기버거를 18년 만에 리뉴얼했다.
프랜차이즈 브랜드 중 한우 패티를 사용하는 것은 롯데리아가 유일하다. 이번에 출시한 ‘한우 트러플머쉬룸’, ‘더블 한우불고기’는 한 달 만에 100만 개가 팔려나갔다. 롯데GRS 관계자는 “불고기버거는 한국인의 입맛에 맞춘 햄버거 메뉴라는 점에서 30년 전 혁신적이란 평가를 받았다”며 “토종 장수 브랜드로서 자존심을 지키며 제품 혁신 노력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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