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확증편향 부추기는 유튜브

입력 2022-09-22 17:37   수정 2022-09-23 00:16

“가족들이 모여 있는데도 귀 한쪽에 이어폰을 꽂고 계셔서 음악을 듣나 했는데 정치 유튜브였어요. 유튜브 중독이 젊은 층에만 국한된 게 아니더군요.”

“부모님이 가끔 카톡으로 정치 유튜브 방송 좌표를 보내는데 너무 편향적이어서 난감합니다.”

“선동 같은 유튜브발(發) 뉴스를 더 믿는 것 같아 마음이 안 좋죠. 멋진 어른이셨던 분이 ‘듣보잡’ 정치 유튜버에게 휘둘리다니요.”

지난주 추석 연휴가 끝난 뒤 만난 지인들과의 식사 자리에서 나온 정치 유튜브 얘기다. 한 사람이 정치 유튜브에 빠져 있는 부모님을 언급하자 참석자들이 맞장구를 치며 이렇게 말을 보탰다. 정치 유튜브의 편향성 문제가 부각된 건 꽤 됐지만 자신의 주변에서 그 폐해를 직접 맞닥뜨리는 건 여간 당황스러운 일이 아니다.
선 넘는 사이비 정치 유튜버
유튜브는 한국인이 평소 가장 오랜 시간 사용하는 앱이다. 와이즈앱에 따르면 국내 만 10세 이상 스마트폰(안드로이드 기준) 사용자들은 지난 4월 한 달간 총 740억 분의 시간을 유튜브에 소비했다. 2위인 카카오톡(296억 분)보다 2.5배 많은 압도적 격차다.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며 사용자도 60대 이상 연령대에서 큰 폭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한국의 유튜브 생태계는 정치 유튜브 채널이 유독 세를 띠는 독특한 구조다. 슈퍼챗(실시간 방송 후원금) 순위 상위는 대부분 정치 유튜버가 꿰차고 있다. 진보·보수로 갈라진 이념 대립, 진영 간 갈등으로 점철된 정치 현실이 유튜브 세상에 그대로 투영돼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정치과잉 시대인 지금 정치 유튜브를 바라보는 시각 역시 파편화할 수밖에 없다. 새로운 정치 평론 문화를 가져왔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있는 반면 정치적 갈등이 더 악화되고, 가짜 뉴스의 유통 경로가 확대됐다는 비판도 나온다. 일부 정치 유튜버는 특정 정치 이슈와 관련해 판단의 경계선에 서 있는 각 진영 지지자들을 양극단으로 끌고 내달린다. 방송 화면에 아예 후원금 입금 계좌를 띄우고 음모론 수준의 의혹을 제기하는 정치 유튜버들도 적지 않다. 말초적 자극과 편향성을 미끼 삼아 구독자를 유인하는 것이다.
입법 보완 손 놓은 국회
유튜브 내부에서 작동되는 알고리즘은 확증 편향의 부작용을 심화시키는 무서운 도구다. 몇 편의 동영상을 즐기면 자동으로 비슷한 내용의 콘텐츠를 찾아 추천해준다. 이런 알고리즘 추천 방식은 사용자를 필터링된 정보만 접하도록 하는 ‘필터 버블(filter bubble)’에 가두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렇게 형성된 확증 편향이 세대 간 소통을 가로막고 갈등과 간극을 키울 수 있다는 점이다.

구독자 수와 돈벌이에 눈이 먼 정치 유튜버들에게 자정을 기대하는 건 쉽지 않다. 물론 표현의 자유 등 기본권과 복잡하게 얽혀 있는 인위적 규제는 신중히 접근하는 게 맞다. 그럼에도 허위 게시물 삭제 의무 등 플랫폼 사업자의 감시 책임을 강화하는 입법 보완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걱정되는 건 진영 논리에 매몰돼 있는 정치권이다. 유튜브 콘텐츠 규제 관련 법안은 21대 국회에서 10개 발의됐지만 양당 기싸움에 가로막혀 어느 하나 제대로 논의가 진행되는 게 없다.

통합과 갈등 해소라는 명분 아래서도 정치적 유불리를 먼저 따지는 정치권의 변화 없이는 사이비 정치 유튜버의 퇴출도 요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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