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이 가끔 카톡으로 정치 유튜브 방송 좌표를 보내는데 너무 편향적이어서 난감합니다.”
“선동 같은 유튜브발(發) 뉴스를 더 믿는 것 같아 마음이 안 좋죠. 멋진 어른이셨던 분이 ‘듣보잡’ 정치 유튜버에게 휘둘리다니요.”
지난주 추석 연휴가 끝난 뒤 만난 지인들과의 식사 자리에서 나온 정치 유튜브 얘기다. 한 사람이 정치 유튜브에 빠져 있는 부모님을 언급하자 참석자들이 맞장구를 치며 이렇게 말을 보탰다. 정치 유튜브의 편향성 문제가 부각된 건 꽤 됐지만 자신의 주변에서 그 폐해를 직접 맞닥뜨리는 건 여간 당황스러운 일이 아니다.
한국의 유튜브 생태계는 정치 유튜브 채널이 유독 세를 띠는 독특한 구조다. 슈퍼챗(실시간 방송 후원금) 순위 상위는 대부분 정치 유튜버가 꿰차고 있다. 진보·보수로 갈라진 이념 대립, 진영 간 갈등으로 점철된 정치 현실이 유튜브 세상에 그대로 투영돼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정치과잉 시대인 지금 정치 유튜브를 바라보는 시각 역시 파편화할 수밖에 없다. 새로운 정치 평론 문화를 가져왔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있는 반면 정치적 갈등이 더 악화되고, 가짜 뉴스의 유통 경로가 확대됐다는 비판도 나온다. 일부 정치 유튜버는 특정 정치 이슈와 관련해 판단의 경계선에 서 있는 각 진영 지지자들을 양극단으로 끌고 내달린다. 방송 화면에 아예 후원금 입금 계좌를 띄우고 음모론 수준의 의혹을 제기하는 정치 유튜버들도 적지 않다. 말초적 자극과 편향성을 미끼 삼아 구독자를 유인하는 것이다.
구독자 수와 돈벌이에 눈이 먼 정치 유튜버들에게 자정을 기대하는 건 쉽지 않다. 물론 표현의 자유 등 기본권과 복잡하게 얽혀 있는 인위적 규제는 신중히 접근하는 게 맞다. 그럼에도 허위 게시물 삭제 의무 등 플랫폼 사업자의 감시 책임을 강화하는 입법 보완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걱정되는 건 진영 논리에 매몰돼 있는 정치권이다. 유튜브 콘텐츠 규제 관련 법안은 21대 국회에서 10개 발의됐지만 양당 기싸움에 가로막혀 어느 하나 제대로 논의가 진행되는 게 없다.
통합과 갈등 해소라는 명분 아래서도 정치적 유불리를 먼저 따지는 정치권의 변화 없이는 사이비 정치 유튜버의 퇴출도 요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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