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특허권 전문 협상회사인 애번시는 도요타와 혼다, 닛산자동차 등이 세계 전자·통신 기업에 커넥티드카 관련 특허 사용료를 지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22일 발표했다. 일본 자동차업체가 커넥티드카와 관련해 특허 사용료를 지급하는 것은 처음이다.
애번시는 글로벌 전자·통신 기업 51곳의 특허료 요구 협상을 대행하고 있다. 애번시가 대행하는 전자·통신 기업에는 LG전자와 SK텔레콤, KT 등 한국 기업 3곳이 포함돼 있다. 노키아, 에릭슨, 퀄컴, 필립스와 일본의 NTT, 소니, 파나소닉 등 세계적인 전자·통신 기업 대부분도 참가하고 있다.
이 기업들은 4세대(4G) 이동통신 필수 특허의 70%를 보유하고 있다. 대부분 커넥티드카 개발에 필수적인 기술로 알려졌다. 노키아는 기지국과 같은 통신 인프라, 퀄컴은 반도체 관련 기술, 샤프는 통신을 시작할 때의 접속 기술에 강점을 갖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쓰비시자동차와 스즈키 등도 관련 계약에 참여하고 있어 일본 완성차업체 대부분이 글로벌 전자·통신 기업에 특허료를 지급한다. 도요타 등 일본 완성차업체는 2G~4G 통신 관련 특허를 포괄적으로 사용하는 대신 자동차 한 대당 15~20달러의 특허료를 준다. 모든 차종에 커넥티드카 관련 부품을 사용한다고 가정하면 지난해 자동차 1038만 대를 판매한 도요타는 최대 300억엔(약 2920억원)의 특허료를 내게 된다. 혼다와 닛산은 각각 120억엔, 110억엔을 지급할 것으로 예상된다.
애번시가 도요타, 혼다, 닛산을 상대로 커넥티드카 관련 특허료 지급을 요구한 것은 지난 2월이었다. 일본 완성차업체들이 반년여 만에 애번시의 요구에 굴복한 것은 세계적인 흐름을 거스를 수 없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다른 나라에서는 이미 특허료 지급에 합의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독일 BMW는 올초 애번시와 대당 15달러의 특허 사용료를 지급하는 데 합의했다. 메르세데스벤츠그룹도 작년 6월 4G 특허 관련 소송에서 노키아에 특허 사용료를 지급하기로 했다. 지난달 말에는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애번시와 특허사용료 지급 계약을 맺었다.
자동차에서 통신기기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면서 통신회사의 특허료 요구 사례는 늘어날 전망이다. 독일 자동차 부품기업 컨티넨탈에 따르면 차량 한 대당 가격에서 소프트웨어가 차지하는 비중은 10%에서 2030년 30%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대부분 완성차업체와 자동차 부품사들은 엔진 등 기계 분야엔 강하지만 통신 관련 특허는 보유하지 않고 있다. 애번시는 연내 5G 통신과 관련한 특허 사용 조건도 자동차업계에 제시할 계획이다.
이번 협상으로 일본 자동차업계의 거래 관행도 크게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까지 일본 완성차업체는 부품의 특허 관련 문제를 납품업체에 맡겨왔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커넥티드카와 전기차의 등장으로 전자·통신 대기업과의 특허권 협상이 늘어남에 따라 협상력이 강한 완성차업체가 직접 나서는 편이 효율적”이라고 전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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