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운이라 생각한 홀인원에 보험금 100만원까지 받으니 그야말로 아마추어 골퍼로서 대회에 나가 상금을 얻어탄 기분입니다."
30대 직장인 최모씨는 지난 주말 직장 선배와 함께 나간 라운딩에서 기분 좋게 한턱을 낼 수 있었다. 당일 오전 이동하는 길에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하고자 상해 치료비, 홀인원 비용을 함께 보장하는 보험에 가입해두었는데 생애 처음으로 홀인원을 기록해서다. 최씨는 "이번 주에도 가족과 라운딩 약속이 있는데 보험료가 비싸지 않은 만큼 부모님과 함께 단체로 골프 보험을 들을 예정"이라며 "치료비에 대한 걱정을 줄이면서도 홀인원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 긍정적 효과가 있는 만큼 활용할 가치가 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내 골프 인구가 전례 없는 속도로 빠르게 증가하면서 보험사들의 '골퍼 모시기'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과거 골프 보험이 골퍼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게 된 계기는 홀인원 시 개인 지출 부담을 덜 수 있는 수단으로 떠오르면서였다. 통상 홀인원을 하게 되면 회식비는 물론 캐디 축하금, 기념식수, 추가 경기비 등을 내곤 하는데 소요되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 보니 '보험금'이 대안처럼 떠오른 결과였다. 최근에는 골프 보험이 한단계 더 진화하고 있다. 홀인원 여부와 관계없이 경기 자체를 즐기는 골퍼들이 많아지면서 상해 등 의료비나 각종 배상 책임을 추가로 보장하는 형태의 보험 상품이 시장에 잇따라 등장하면서다.
최근 적극적으로 골프 보험 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는 보험사는 DB손해보험이다. DB손보는 지난 22일 업계 최초로 관절 통증 완화 목적의 주사 치료비를 보장하는 보험 상품을 시장에 선보였다. 골프 특화 담보 중심의 해당 보험은 근골격 계통 치료를 위한 관절 통증 주사 처방 시 1일 1회, 연간 5회까지 치료비를 보장한다. 갈비뼈염좌 진단 이후 물리치료가 필요한 경우에도 1일 1회, 연간 15회까지 의료비를 보장해준다. 홀인원 비용 담보는 연간 1회를 보장한다. 아울러 경기 중은 물론 골프장 이동, 시설 외 개인 연습 시간에서 발생하는 골프용품 손해에 대해서도 품목 합계 최대 200만원까지 보상해준다.
상대적으로 낮은 보험료로 홀인원 비용과 배상 책임을 한 번에 보장받고 싶다면 한화손해보험의 골프 보험을 살펴보는 것도 방법이다. 한화손보가 지난 20일 선보인 홀인원 보험은 월 3000원대 보험료로 홀인원, 앨버트로스 기록 시 각각 100만원씩 보장한다. 두 번째 홀인원을 기록할 경우 50만원을 추가로 보장한다. 배상 책임, 상해후유장해 발생 시에는 각각 2000만원씩 보장해준다. 최대 10년까지 보장하는 상품으로 80세까지 가입할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부담 없이 경기 당일 활용할 보험을 찾는다면 롯데손해보험의 상품도 눈여겨볼 만하다. 2000원대 보험료로 홀인원 비용, 배상 책임에 더해 골절 진단비 및 치료비, 운전자보험 관련 보장까지 받을 수 있어서다. KB손해보험은 6000원대 일일 보험료에 홀인원 성공 시 100만원을 보장하는 상품을 두고 있다. 각종 상해 발생 시 최소 2000만원부터 최대 1억원까지 보장해 준다.
만약 홀인원 시 발생할 비용 부담 우려를 낮추는 데 집중하고 싶다면 캐롯손해보험도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캐롯손보는 일일 보험료 2500원에 홀인원 성공 시 100만원을 보장하는 상품을 판매 중이다. 본인 1인 또는 동반 3인을 포함한 4인 기준으로 선택해 가입할 수 있으며, 동반자는 별도 피보험자 등록 없이 보험 이용이 가능하다. 홀인원 시엔 본인 인증과 골프장 라운딩 명단 확인을 통해 홀인원 비용을 보장받을 수 있다.
삼성화재는 올해 업계에서 처음으로 스크린 경기 홀인원 비용까지 보장하는 상품을 내놓으면서 이목을 끌었다. 해당 보험은 골프존, SG골프, 프렌즈스크린 등 국내 3대 스크린 골프장에서 정규 라운드 중 홀인원을 달성하면 기념품과 만찬비, 라운드 비용 등 소요 금액을 20만원 한도 실비로 보상해 준다. 1만원을 내면 6개월간 보장받을 수 있어 보험료 대비 활용도가 높은 편이다. 경기 전 정보를 입력한 뒤 홀인원 이후 30일 내 스코어 카드, 홀인원 시간이 확인되는 사진과 함께 영수증을 제출하면 즉시 비용을 보장받는 식이다.
국내 골프 인구가 가파른 속도로 증가했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골프 인구는 총 564만1000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코로나19 사태 직전이었던 2019년(469만6000명) 대비 20.1%(94만5000명) 급증한 수치다. 2019년 이전까지 10년간 국내 골프 인구가 연간 평균 18만명씩 늘어난 점을 고려하면 최근 2년 새 국내 골프 인구가 놀라운 속도의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국내 골프 인구는 사상 처음으로 일본의 골프 인구(520만명)를 추월하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향후 국내 보험사의 골프 보험 상품 개발 및 출시 경쟁이 심화할 것이란 게 업계 중론이다. 국내 골프장, 스크린 골프장 등 공간적인 인프라가 구축된 상태에서 2030세대를 중심으로 골프 문화가 저변을 넓히는 단계인 만큼 수요 증가 가능성이 남아있다는 판단에서다. 골프 인구 중 상당한 경제력을 갖춘 고객 비율이 높단 점도 골프 보험 시장 내 경쟁 격화 요인으로 꼽힌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단기에 국내 골프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이와 관련된 보험 수요가 늘어나는 양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이에 대응하고자 국내 보험사들이 보장 범위를 확대하는 등 상품 경쟁력을 키우고 있는 것"이라며 "실질적으로는 경제력 있는 고객을 유입해 다른 보험을 유치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수현 한경닷컴 기자 ksoo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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