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박한 상황" 공감대에 車업계 '이례적 무분규'…기아만 남았다

입력 2022-09-24 16:12   수정 2022-09-24 16:13


파업 우려까지 불거졌던 국내 완성차 업계의 노사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이 무분규로 마무리되는 가운데 기아 노사가 유일하게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기아 노사는 사측 요청으로 지난 22일 경기 광명 소하리공장 본관에서 11차 본 교섭을 진행했으나 양측 모두 기존 입장만 되풀이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아는 지난달 30일 열린 10차 본교섭에서 임단협 잠정 합의안을 도출했으나, 조합원 투표 결과 단협안이 부결됐다. 조합원이 단협안에 반대한 주요 이유 중 하나는 '평생 사원증' 혜택을 축소했기 때문이다.

현대차와 기아는 25년 이상 근무한 퇴직자에 대해 2년마다 할인된 가격에 차량을 구매할 수 있는 평생 사원증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기아 노사는 이번 임단협에서 평생 사원증 제도를 축소하기로 합의했다. 평생이 아닌 75세까지 혜택 연령을 제한하고, 할인율도 기존 30%에서 현대차와 같은 25%로 낮췄다. 대신 임금피크제에 따라 59세 근로자 기본급의 90%를 주던 60세(정년) 임금을 95%로 올렸다.
기아 제외나머지 완성차 업계 무분규 임단협 달성
국내 완성차 업계에서 가장 먼저 무분규 임단협을 이룬 곳은 현대차다. 현대차는 2019년부터 올해까지 4년 연속 무분규로 임단협을 마무리했다. 현대차 노조가 설립된 1987년 이후 처음 있는 이례적인 일이다. 현대차 노사는 이번 임단협에서 전기차 전용 공장 신설과 생산 기술직 신규 인력 채용, 노후 생산라인 재건축 등에 합의해 일찌감치 무분규 타결을 이끌어냈다.

르노코리아자동차 노사도 4년 만에 파업 없는 무분규로 임단협을 마쳤다. 르노코리아 노조는 사측이 제시한 '3년간 다년 합의안'을 두고 대립했으나, 노조 반발을 의식한 사측이 한발 물러서면서 무분규로 임단협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한국지엠은 지난 6월23일 첫 상견례를 시작으로 이달 2일까지 18차례 교섭을 거쳐 임단협을 마쳐 2년 연속 무분규 임단협 타결에 성공했다.

완성차 업계의 이같은 무분규 임단협 타결은 이례적 현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반도체 수급난으로 인한 신차 공급 차질, 한국에서 생산산 전기차에 보조금을 주지 않는 내용의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논란 등 대내외적으로 어려움이 큰 상황에서 노사가 "차량을 안정적으로 시장에 공급하는 게 우선"이라는 인식을 같이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공학부 교수는 "미국 IRA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인한 원자재 가격 폭등하는 등 외부 악재가 많이 누적되는 상황에서 노사 안정이 우선이란 것을 노조도 잘 알고 있다"며 "회사 내부 안정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라는 것을 노사가 합의를 통해 인정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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