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문학관(관장 하청호)은 우리나라 근현대문학과 문인들의 발자취를 따라 걷는 기존 3개의 테마로 진행되던 문학 여행 프로그램을 ‘8개의 테마로 걷는 대구문학로드’로 전면 개편 운영한다.
대구문학관이 위치한 대구 중구 일대는 이상화, 현진건, 이장희, 나도향, 이육사, 유치환, 김동리, 박목월, 조지훈, 박두진, 오상순, 백기만, 구상, 이호우, 이영도, 김춘수, 신동집, 김성도, 이오덕, 이어령, 김원일, 이문열 등 한국 근현대문학사에 큰 족적을 남긴 문인들뿐만 아니라 이쾌대, 이중섭, 이인성 등 화가, 박태준, 윤복진, 현제명 등 음악가 등이 태어나거나 창작 활동을 한 곳으로, 한국 근현대문학과 예술의 역사가 총 집약되어 있는 곳이다.
특히 한국전쟁으로 피란문단이 형성된 1950년대 대구문학관 일대는 2차세계대전 이후 문예사조가 총체적으로 나타나, 황순원, 서정주, 김수영, 최정희, 장덕조 등을 비롯한 한국의 거의 모든 예술가들이 모여들어 일종의 르네상스를 구가했다. 이는 또 대구문학관을 중심으로 대지 바, 꽃자리다방, 감나무집. 우현서루, 264작은문학관, 현진건 처가 터, 이상화 생가, 무영당, 상고학원 터, 2.28 김윤식 시비, 대구형무소 터, 계성고, 달성공원 이상화 시비 등으로 연계되어 일대는 관광의 보고(寶庫)가 되었다.
대구문학관은 이를 글로벌 K콘텐츠 시대에 부응하는 D콘텐츠 문학관광산업의 일환으로 기존 3개의 테마 문학로드로 운영되던 것을 지역 작가와 향토사학자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의 오랜 연구와 논의를 거쳐‘8개의 테마로 걷는 대구문학로드’로 전면 개편 운영한다.
향후 대구시민들과 대구를 찾는 관광객들이 현장과 일상에서 보다 쉽고 재미있게 문학을 향유할 수 있도록 ‘일곱 갈래 또는 하나의 길’이라는 부제를 붙인 문학로드는 꽃자리 길, 향수 길, 수밀도 길, 구상과 이중섭 길, 독립과 사상의 길, 다방 길, 교과서 속 작가 길, 대구문학관 추천 길 등이다.
대구문학관 문학 전문해설사와 함께 걸으며 문학을 더욱 입체적으로 즐길 수 있는 ‘대구문학로드’의 모든 코스는 대구문학관에서 출발하며, 각 코스당 소요시간은 1시간 30분으로 누구나 무료로 참여할 수 있다.
◆대구문학로드 8개 코스
제 1코스‘꽃자리 길’은 6?25전쟁 당시 전국에서 몰려든 예술인들의 메카였던 향촌동 일대를 조명하는 코스로, 전쟁의 참화를 기록한 구상 시인의 시집『초토의 시』출판기념회가 열린 꽃자리다방, 백조다방, 화가 이중섭이 은지화를 그리던 백록다방, 대구로 내려온 종군작가단(문총구국대)의 활동 거점이었던 감나무집 등을 둘러본다.
제 2코스 ‘향수 길’에서는 수필가 전숙희가 향촌동 피란시절 경영했던 향수다방을 중심으로 구상, 김팔봉, 마해송, 최인욱, 박두진, 정비석, 박영준, 최태응 등 수많은 문인들이 전쟁 속에서도 피워낸 예술혼을 엿볼 수 있다. 「아직도 체념할 수 없는 까닭」을 발표하여 독재정권에 저항한 서지 김윤식의 시비가 있는 2?28기념중앙공원과 국채보상공원 내 시상의 오솔길을 거닐다 보면 깊어가는 가을, 문학의 정취와 여유를 더불어 느낄 수 있다.
제 3코스 ‘수밀도 길’은 이상화의 시 「나의 침실로」속 ‘수밀도’를 모티브로 이상화, 현진건, 이장희, 백기만, 김원일 등 대구가 낳은 근현대 문학의 대표 작가 및 예술가들과 이장가(李庄家)로 일컬어지는 명문 이상화 집안 독립지사들의 삶의 궤적을 따라가는 코스다. 우리나라 문단 최초의 시비(詩碑)인 상화시비, 민족계몽운동과 근대교육의 산실이자 대구 아동문학회가 창립되었던 조양회관의 터, 윤복진, 김동리, 김성도, 박목월 등 유명 문인들을 배출하였으며, 대구지역 3?1운동의 도화선 역할을 했던 계성중학교(당시 계성학교) 등을 만날 수 있다.
제 4코스 ‘구상과 이중섭 길’은 시인 구상과 화가 이중섭의 우정이 깃들어 있는 코스로, 이중섭이 구상의 주선으로 대구에 내려와 머물렀던 경복여관, 이중섭의 개인전이 열렸던 미국공보원 터, 이중섭이 은지화를 그렸다고 전해지는 백록다방과 등을 돌아보며 힘들고 고달픈 시간 속에서도 자신만의 예술 세계를 그려갔던 이중섭이 대구에서 보낸 나날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제 5코스 ‘독립과 사상의 길’은 일제강점기 항일운동부터 6?25전쟁, 2?28민주운동 등 격변의 근현대사 속 작가들의 우국충정을 느낄 수 있는 코스다. 264작은문학관과 우현서루 터를 지나 이상화 생가 터, 현진건 처가 터, 무영당, 김윤식 시비(2?28기념중앙공원)으로 이어진다. 또한 다소 먼 거리이지만 유명한 문인들의 산실이자 대구 3?8만세운동의 도화선 역할을 했던 계성학교(현 계성중학교), 조선은행 대구지점 폭파사건에 연루되어 이육사 시인이 옥고를 치렀던 옛 대구형무소 터(현 삼덕교회) 등을 함께 들러본다면 대구 지역 작가들의 고결했던 삶과 치열한 문학정신을 더욱 깊이 새길 수 있다.
제 6코스 ‘교과서 속 작가 길’에서는 이육사, 이상화, 현진건, 김춘수, 유치환, 신동집 등 2015 개정 교육과정을 반영한 국어 교과서에 등장하는 한국 문단의 걸출한 작가들을 만나볼 수 있다. 백록다방, 264작은문학관을 지나 여성을 위한 대구 최초의 기술교육기관이자 유치환이 교가를 작사했던 영남여자고등기술학교, 6?25전쟁이 끝난 후 1년간 대구 장관동에 살았던 김원일 작가의 자전적 체험이 담은 문학 체험 공간인 마당 깊은 집 등을 둘러본다. 또한 상화(尙火) 이상화(李相和)와 고월(古月) 이장희(李章熙)의 음을 따서 만든 우리나라 최초의 예술전문교육기관으로 시인 조지훈과 구상, 소설가 박영준과 최정희 등이 전임강사로 활동했던 상고예술학원 등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교과서에서 만나던 작가들과 작품과의 거리가 한 걸음 가까워질 것이다.
제 7코스 ‘다방 길’에서는 과거 작가들의 집필실이자 출판기념회 등이 열리는 문화 공간이자, 과거 문인들과 예술인들이 교류하며 영감을 얻는 장소였던 향촌동 일대의 다방으로 안내한다. 이 길은 김춘수 시인이 즐겨 찾았던 세르팡 다방, 시인 조지훈 『풀잎단장』, 김소운 『목근통신』, 유치환 『보병과 더부러』의 출판기념회가 열렸던 향수다방, 그랜드피아노가 마련되어 있어 수많은 문화예술인들의 사교장으로 유명했던 백조다방 등을 포함한다.
마지막으로 제 8코스 ‘대구문학관 추천 길’은 대구문학관이 추천하는 대표 문학로드로 대구문학관 인근에 위치한 예술인의 옛 거리 등을 거닐어본다.
◆대구문학관 3층에 8개 문학로드 홍보공간 마련
대구문학관 3층에 마련된 대구문학로드 홍보공간에는 시민 누구나 무료로 가져갈 수 있는‘대구문학로드 - 일곱 갈래 또는 하나의 길’안내책자가 비치되어 있다.
코스를 명확하게 구분하기 위해 코스마다 각기 다른 색상을 사용하고 대구문학로드의 캐릭터 문학소녀 ‘영(YOUNG)'이 색채감 있게 안내하는 해당 책자는 각 코스에 대한 안내와 57개 문학 장소 등을 상세히 소개하며 전도와 각 코스별 지도도 담고 있어 문학 전문해설사가 동행하지 않을 경우 혹은 대구를 처음 방문했을 경우에도 어려움 없이 여행이 가능하도록 제작되었다.
또한 대구가 가진 풍부한 문학 자산을 알리고 ‘대구문학로드’가 지역 특화 관광 상품이 될 수 있도록 대구문학관 홈페이지와 SNS는 물론 지역 내 주요 관광안내소를 포함해 전국의 문화재단, 주요 대학, 문학 단체 및 출판사 등에 배부한다.
2023년에는 ‘피란문단 선술집 길’‘7080 문청길’등을 추가하여 영어, 중국어, 일본어 등 외국어 해설을 포함한 안내자료를 보완하고, 개별 거점들에 QR 코드를 부착하여 스마트폰을 활용한 나 홀로 문학로드 탐방도 가능케 할 예정이다.
하청호 대구문학관 관장은 “대구문학로드는 도심 속에서 문학과 역사를 두 발로 직접 느끼며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교육 자료로도 활용 가능성이 높다”며 “지속적인 문학 사료의 발굴과 연구를 통해 정보의 정확성을 높이고 코스를 보완하고 추가할 예정 ”이라고 말했다.
학교 등 10인 이상을 위한 단체 투어는 원하는 코스와 날짜를 선택할 수 있으며 출발희망일 최소 2주전까지 대구문학관 홈페이지에서 신청하면 된다. 가족?친구?혼자 등 10인 미만의 소수 인원을 위한 개별 투어는 혹서기(7~8월)과 혹한기(11월~3월)를 제외한 매월 마지막주 토요일 10시 30분에 진행되며 운영코스와 신청기간 등 자세한 사항은 매월 초 대구문학관 온라인 채널을 통해 별도 공지된다. 9월 개별투어는 9월 24일 토요일 대구문학관 추천 길을 탐방한다.
대구 원도심 어느 곳이든 근현대 문인들의 예술혼이 살아 숨 쉬고 있다. 대구문학관은 해마다 전문가들의 연구와 고증을 거쳐 문학로드를 개발해 나갈 예정이다.
오경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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