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프리미엄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한경 긱스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svg version="1.1" xmlns="http://www.w3.org/2000/svg" xmlns:xlink="http://www.w3.org/1999/xlink" x="0" y="0" viewBox="0 0 27.4 20" class="svg-quote" xml:space="preserve" style="fill:#666; display:block; width:28px; height:20px; margin-bottom:10px"><path class="st0" d="M0,12.9C0,0.2,12.4,0,12.4,0C6.7,3.2,7.8,6.2,7.5,8.5c2.8,0.4,5,2.9,5,5.9c0,3.6-2.9,5.7-5.9,5.7 C3.2,20,0,17.4,0,12.9z M14.8,12.9C14.8,0.2,27.2,0,27.2,0c-5.7,3.2-4.6,6.2-4.8,8.5c2.8,0.4,5,2.9,5,5.9c0,3.6-2.9,5.7-5.9,5.7 C18,20,14.8,17.4,14.8,12.9z"></path></svg>스타트업에 가장 귀한 것이 '좋은 인재'다, 그들을 영입하기 위해서라면 뭐라도 하겠다는 게 최근 2~3년간 스타트업 생태계의 큰 화두였다. 하지만 투자 생태계가 얼어 붙을 때 가장 먼저 줄이는 것 역시 인건비와 복지다.<h3></h3>-<무엇이 조직을 건강하게 만들까</strong>① >에서 계속-
그럼 이 과정에서 복지제도와 업무 환경이 변한다면 그 회사의 ‘조직문화’가 바뀐 것일까? 실버테크 스타트업인 한국시니어연구소를 운영하는 이진열 대표가 좋은 조직문화가 과연 무엇인지에 대한 여러 고민과 시도들을 한경 긱스(Geeks)에 공유해왔다.
조직문화란 도대체 무엇인가. 사실 필자는 경영학 전공자도 아니고 대학 때는 종교학과 심리학을 전공했던 소위 ‘문돌이’였다. 그저 7년간 운영한 스타트업의 실패를 경험하고, 재창업을 한 3년차 스타트업 대표일 뿐이다. 그런데 재창업 과정에서 과거 창업의 큰 실패 경험을 반면교사하면서 실패의 큰 이유 중 하나로 생각한 것이 바로 ‘좋은 조직문화’를 만들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주변의 많은 스타트업 대표님들과 이야기도 해보고, 글로벌 빅테크 기업이 하는 조직문화 세션에도 참여하는 등의 과정을 통해 ‘좋은 조직문화’란 도대체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을 오랫동안 해왔다.
조직문화의 시작은 조직의 일관되고 반복적인 규칙을 만드는 것
그 결론은 아이러니 하게도, ‘조직문화’는 의도적으로 만들 수 없다는 것이었다. 즉, 조직문화는 우리가 왜 이 일을 하는가, 어떤 목표를 위해 달려갈 것인가를 명확히 하고, 어떻게 일할 것인지, 어떤 걸 꼭 지킬지에 대한 규칙을 정한 후 모든 조직원이 일관되게 행동하면서 만들어지는 ‘결과’로 생겨난다는 것이다.그도 그럴 것이, 우리가 사회에서 ‘문화’라고 일컫는 것들은 절대 의도적으로, 쉽게 형성되는 것이 아니다. 실제로 문화에 대한 정의를 연구자들마다 다르게 내리고 있기도 한데, 한국의 문화기본법 제 3조에 따르면 문화를 사회나 사회 구성원의 고유한 정신적·물질적·지적·감성적 특성의 총체로 정의하고 있다. 즉, 문화라는 것은 구성원들의 어떤 특성을 설명하고 표현한 것이라는 점이 스스로 과거의 실패 경험을 반면교사하며 얻은 깨달음이었다.
이 과정에서 개인적으로 정말 큰 영향을 받았던 것이 바로 아마존의 핵심원칙을 담은 Leadership Principles(이하 LP) 였다. 개인적으로 지금의 한국시니어연구소를 창업한 바로 직후부터 우연한 기회로 AWS(아마존 웹서비스)에서 진행하는 조직문화 세션과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됐는데, 그 과정에서 아마존이 어떻게 이렇게 큰 조직으로 성장하면서 스타트업 시기의 속도와 강력한 조직문화를 유지할 수 있었는지를 배우게 됐다. 그 코어에는 바로 16가지의 LP가 있었다. 아마존의 모든 채용, 인사관리 및 평가, 의사결정, 업무 및 회의 방식이 LP라는 강력한 ‘규칙’ 하에 동작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예컨대, 아마존의 LP의 가장 시발점에는 ‘고객에 대한 집착’ (Customer obsession)이 있다. 모든 생각, 의사결정, 행동은 고객을 출발점으로 삼고, 아무리 경쟁이 심할 때라도 고객에게 지나칠 정도로 집착해야한다는 것이다. ‘거꾸로 일하기 (Working Backwards)’ 라고 해서 고객에 닿는 부분부터 거꾸로 일을 해야 한다는 유명한 말도 이 ‘고객에 대한 집착’이라는 LP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아마존의 LP 중에 재밌는 점이 있는데, 바로 ‘근검절약’이라는 원칙이다. 즉, 최대한 적은 리소스로 많은 결과를 성취해야한다는 이야기인데, 사실 이는 앞서 언급한 스타트업의 파격적인 복지 제도나 좋은 업무 환경과는 다소 거리가 먼 이야기라고 느낄 수 있다.
일례로, 아마존 본사의 퇴근시간에는 자판기 불이 꺼져있는데,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 시간에 굳이 자판기 불을 켜놓아야 하냐는 생각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덧붙여 개인적으로 AWS 분들과 함께 조직문화 관련해서 기자간담회를 한 적이 있다. 그 때 사무실 프린터의 기본 인쇄 포멧이 ‘흑백 양면인쇄’로 되어 있는 것을 보고 정말 깜짝 놀랬던 기억이 있다.
하나하나 비교하지 않더라도 얼마나 ‘스타트업스럽지 않은’ 것들인가. 그런데 반대로 아마존에 그럼 좋은 인재들이 모이지 않는가? 그리고 아마존이 성장하지 않는가? 라고 묻는 다면 누구나 결코 그렇지 않은 것을 알 것 이다. 아마존에는 전 세계 최정상급의 인재들이 몰려들고, 아마존은 고속 성장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 이유는 단순하다. 아마존의 ‘근검절약’은 단순히 비용을 통제하자는 뜻이 아니라 최대한 비용을 줄여서 고객을 위해 모든 리소스를 쏟자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아마존의 모든 구성원들에게 가장 중요한건 ‘고객에 대한 집착’이고, 그와 무관한 비용은 철저히 줄이자는 것이 그들의 ‘규칙’인 셈이다. 이러한 LP가 그들에게는 강력한 규칙이 되고, 그 규칙에 동의하고 그 규칙을 잘 지킬 수 있는 사람들을 뽑은 후에 그 규칙을 반복적으로 강화하고, 그 규칙에 맞게 모두가 행동하다보니 그 결과 현재의 아마존을 만든 강력한 조직문화가 만들어졌다고 볼 수 있다.
핵심원칙, 취업규칙, 위임전결규정을 정하는 것이 조직문화의 시작
<h3> </h3>이러한 생각으로 필자가 일하고 있는 한국시니어연구소팀이 사업 초기부터 가장 먼저 고민했던 것이 바로 우리의 중요한 규칙인 ‘핵심원칙’을 정하는 일이었다. 어쩌면 초기 스타트업에게 사치처럼 느껴질 수 있고, 당장 업무 효율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닐 수 있지만 우리가 왜 이 일을 하는지, 어떤 생각과 행동으로 이 일에 임해야하는지를 명문화하고, 이를 규칙으로 만들어두어야 비슷한 사람들이 조직에 들어오고, 일관되고 반복된 행동을 다 같이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그래서 만들어진 것이 한국시니어연구소의 8가지 KSL Principles (이하 KP)이다. KP는 한국시니어연구소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원칙이자, 시장을 바라보는 과정이며, 한국시니어연구소의 조직원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행동양식이다.
총 8가지로 구성되어 있으며 크게 실버테크 산업의 리딩 컴퍼니가 되기 위한 마인드셋과 갖추어야 하는 스킬셋으로 나누어져 있다. 마인드셋에는 디지로그, FM, 공감, 효율이라는 원칙이, 스킬셋에는 One team, OKR (Objective Key Results), Lesson&Learn, Data-driven 이라는 원칙이 포함되어 있다. 이는 경영진과 리더들이 생각하는 방향성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것이긴 하나 팀원, 고객들과 다양한 인터뷰를 진행한 결과였다. 즉, 이미 우리가 일관적이고 반복적으로 생각하고, 이야기하고, 행동하는 것들을 명문화 한 것이라고 볼 수 있겠다.
실제 KP를 만들고 개정하는 과정에서 팀원들과의 인터뷰를 진행한 내용
고객과의 인터뷰 및 고객 여정을 정리한 문서
이렇게 8가지 원칙을 만들고 나서 이를 내부적으로더 효율적이고 직관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컬처덱이라는 문서와 포스터를 제작하기도 했다. 컬처덱은 회사의 조직문화를 담은 헌법 같은 문서로, 컬처덱 안에는 회사의 비전, 8가지의 KP에 대한 구조, 상세 설명, 예시, 조직도, 비즈니스 속성, 주요 용어집 등이 담겨 있다. 이 문서는 약 49페이지 분량으로 적지 않는 분량인데, 이를 기반으로 현재까지 팀원들의 입사 시 온보딩 과정에서 활용하고 지속적으로 개정해 나가고 있는 중이다.
한국시니어연구소의 컬처덱 표지
한국시니어연구소의 컬처덱 중 KP를 소개하는 내용
KP의 내용을 담은 포스터
이 뿐만 아니라 KP는 채용과정과 평가에서도 그 기준이 되고 있다. 실제로 한국시니어연구소의 채용 페이지에는 KP에 대한 자세한 설명 뿐만 아니라, 각 포지션 별로 해당 직무에 대한 핵심 KP를 본문에 기재해놓는 등의 방법으로 KP에 적합한 분들을 뽑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평가의 과정에서도 KP를 기반으로 스스로, 혹은 다면으로 평가를 할 수 있도록 해두고 있는데, 이런 과정이 아직은 부족하지만 KP라는 하나의 규칙 하에 전 조직이 일관되고 반복적으로 행동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들을 시도해보고 있는 중이다.
한국시니어연구소 채용페이지 내 KP를 소개하는 페이지
한국시니어연구소의 KP 기반 ‘성장평가’ 항목 중 일부
그 외에도 최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부분이 바로 ‘취업 규칙’과 ‘위임전결규정’이다. 사실 취업규칙은 게시와 신고의 의무가 있으므로 기업이라면 반드시 취업규칙이 있다. 그런데 이 글을 읽는 분들 중, 회사의 취업규칙을 읽어보았거나, 취업규칙의 내용을 디테일하게 기억하는 분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사실 생각해보면 핵심원칙 이전에 ‘취업규칙’이야 말로 근로자와 회사의 중요한 규칙인데도 많이들 그 내용을 모르거나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그런데 앞서 언급한 것처럼 조직문화는 기본적으로 이런 ‘규칙’에 입각해서 모든 조직원들이 일관되고 반복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근로기준법에 입각하여 우리에게 가장 적합한 형태의 취업규칙을 만들고, 조직원들과 협의해나가며 내재화 한 후 함께 이 규칙하에서 움직여 나가는 것이 좋은 조직문화를 만드는 것의 시발점이라고 생각하는 요즘이다. 그래서 최근에는 취업규칙을 다시 보완하고, 컬처덱에 취업규칙의 핵심 내용을 포함하여 개정하는 형태로 개선을 해나가고 있는 중이다.
뿐만 아니라 많은 스타트업들이 ‘비효율’로 치부하는 ‘위임전결규정’도 한국시니어연구소에서는 중요하게 만들어가고 있는 규칙이다. 사실 위임전결규정과 결재라인이야 말로 스타트업 생태계에서는 ‘대기업의 비효율적 프로세스’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스타트업이야 말로 자유로운 의사결정 구조와 평등한 의사소통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이런 위임전결규정이 있으면 자율성을 해치고 비효율을 야기한다는 것이다.
이 생각에 필자도 100% 동의한다. 사실 규칙과 제한 사항을 만들다 보면 끝없는 세부사항들이 만들어진다. 이게 켜켜이 쌓여 비효율이 발생하는 셈인데, 그렇다고 이런 위임전결규정이 불필요하다고 이야기할 수는 없다.
개인적으로 이 위임전결규정을 만들어가면서 이 과정이 ‘축구경기의 규칙’ 수준으로 잘 만들어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예를 들어, 축구 경기에 보면 몸싸움과 관련한 규칙들이 있다. 즉 과한 몸싸움을 ‘파울’이라는 규칙으로 제한하는 것이다. 그런데 몸싸움을 제한하기 위해 선수들의 몸에 센서를 붙이고, 특정 압력만큼의 접촉이 있을 때 파울이 선언되거나 하는 등으로 규칙이 만들어지지는 않는다. 즉, 최소한의 규칙을 정해 놓고 경기의 흐름이나 사실 상 ‘재미’를 위해 허용 되는 범위가 있는 셈인데, 개인적으로 스타트업에게 위임전결규정이란 이런 기본 규칙이어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그런데, 이런 기본적인 규칙 조차 없다면 어떻게 될까? 일단, 사람들이 특정 업무나 의사결정을 누구에게 물어보고 결정을 해야하는 것인지, 그 때 그 결정의 권한과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 것인지, 나에게는 어떤 권한과 결정의 책임이 있는지를 알 수 없게 된다. 개인적으로 작년 9월 대비 조직이 3배 이상 성장하면서 팀원들에게 “우리 회사는 체계가 너무 없어요”라는 피드백을 정말 많이 받았었고, 이 때문에 도대체 사람들이 말하는 ‘체계’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한 적이 있었다. 그 과정에서 팀원들과 정말 다방면으로 이야기를 했었는데, 그 결과는 정말 단순했다. 바로 ‘외근 교통비는 누구한테 요청해야해요?’, ‘도서 구입을 하고 싶은데 누구한테 물어보고 결정 받아야 하나요?’와 같은 다양한 의사결정의 책임과 권한을 반영한 ‘규칙’이 없어서 생긴 문제라는 것이 필자의 결론이었다.
그래서 한국시니어연구소는 ‘골키퍼는 손을 쓸 수 있고 다른 선수는 손을 써서는 안 된다’와 같은 기본적인 규칙을 만드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아직은 부족함이 많고 만들어가는 과정에 있지만, 이런 노력들이 켜켜히 쌓이면 그 결과가 좋은 조직문화가 될 것이라는 믿음으로 많은 Lesson&learn을 반복하고 있는 중이다.
한국시니어연구소의 위임전결 규정 초안 중 일부<h3>
-마치며-</h3>이 글은 결코 필자와 한국시니어연구소의 ‘성공적인 조직문화 형성기’를 담은 이야기는 아니다. 오히려 훨씬 더 많은 연구와 고민을 했던 분들이 작성한 책을 읽는 것이 더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스타트업은 수백번, 수천번 실패하더라도 어쨌든 달까지 로켓을 발사해내기 위해 고군분투해야하는 운명이 아니었던가. 그런 측면에서 이 글은 필자와 한국시니어연구소의 고민과 실패, 시도들을 담은 글에 가깝다. 우리의 이런 시도들이 어떤 결과로 나타날 지 알 수 없지만, 이 과정을 드러내고 공유함으로써 우리 팀도, 그리고 이 글을 보는 많은 분들도 더 확고하고 단단한 조직문화에 대해서 고민해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이진열 | 한국시니어연구소 대표
서울대 졸업생 대표 연설을 하였으며, 재학생 창업자가 졸업생 대표 연설을 한 최초의 사례였다. 대학 재학 시절부터 창업에 뛰어들어, K-Pop 팬덤 서비스로 스타와 가상 대화를 할 수 있는 마이돌'을 창업해 글로벌 1400만 다운로드라는 성공과 업계 주목을 한몫에 받았다. 하지만, 결국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지 못했고 복잡한 지분구조 문제로 고통스러운 매각을 진행해야만 했다.
첫 번째 창업의 실패를 반면교사 삼아 마이돌의 공동 창업자였던 김선중 CTO와 함께 재창업한 회사가 한국시니어연구소이다. 고령화라는 인구구조 변화가 메가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고, 10조원에 이르는 요양시장의 시장성을 확인하고, 당장 개인사업자로 방문요양센터를 창업하며 시장의 문제점과 사업기회를 포착했다.
한국시니어연구소는 오프라인 중심의 요양산업을 IT기술과 서비스로 혁신하는 실버테크 기업으로, 설립 2년만에 누적 투자액 123억을 유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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