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금(金)치’ ‘금(金)배추’라 불리며 소비자들의 장바구니 물가에 부담을 줬던 엽채류의 도매가격이 정점을 치고 하락했다. 엽채류는 성장 속도가 빠른 데다 기온 변화로 주요 산지가 태풍 ‘힌남노’ 피해를 보지 않았던 지역으로 바뀌어 출하량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23일 팜에어·한경 농산물가격지수(KAPI)를 산출하는 예측 시스템 테란에 따르면 전날 배추 도매가격은 ㎏당 1772원으로 지난주에 비해 9.5% 하락했다. 지난달보다는 54.1% 높은 가격이지만, 상승세는 한풀 꺾인 모습이다. 상추(-32.9%), 풋고추(-27.7%), 깻잎(-14.6%) 등도 ㎏당 도매가격이 1주일 전보다 저렴해졌다.
테란이 가격을 집계하지 않는 시금치의 경우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데이터상 도매가격(4㎏ 기준)이 1주일 전보다 5.1% 하락해 2만8700원에 거래됐다. 한 달 전과 비교하면 62.9%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강원도에 국한돼 있던 주요 엽채류 산지가 전국으로 확산한 게 가격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 식자재 유통업체 관계자는 “시금치는 기온이 낮은 곳에서 잘 자라기 때문에 여름철에는 강원도에서 수확되는데, 올해는 이상기후로 작황이 나빠 가격이 폭등했다”며 “점점 산지가 남쪽으로 내려가면서 공급량 및 시세가 안정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배추도 마찬가지다. 10월 중순 가을배추가 출하를 앞두고 있어 가격이 안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 대형마트 바이어는 “배추 가격이 강세를 띠면서 재배 농가가 늘었다”며 “가을배추 작황이 나쁘지 않아 김장철에는 평년 수준 가격을 회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도 23일 “10월부터 배추 도매가격이 평년 수준으로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지금 출하되는 배추는 강원도 해발 600m 이상 지역에서 수확한 고랭지 배추다.
이달 말부터 준고랭지 2기작 배추(해발 400~600m 강원 지역에서 재배되는 여름 배추)가 출하될 예정이다.
한경제 기자 hanky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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