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금리 인상과 매수 심리 위축 여파로 전국 아파트 청약 경쟁률이 지난해의 반토막 수준으로 하락했다. ‘청약 광풍’이 불던 수도권 청약 시장은 지난해 경쟁률의 3분의 1 수준으로 인기가 떨어졌다. 분양가, 브랜드, 입지 등을 중심으로 본격적인 옥석 가르기 장세에 돌입했다는 분석이다.
대구 미달 행진…수도권 ‘냉풍’
23일 한국경제신문이 부동산R114에 의뢰해 전국 아파트 청약 경쟁률을 분석한 결과 올해 전국 아파트 평균 청약 경쟁률은 9.6 대 1로, 지난해(19.8 대 1)의 절반 수준으로 집계됐다.
가장 큰 폭으로 경쟁률이 하락한 지역은 대구였다. 지난해 평균 4.3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던 대구는 올해는 0.45 대 1로 낮아졌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청약 미달 단지가 속출한 영향이다. 평균 19.2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던 전북은 올 들어 2.3 대 1로 내려앉았다. 최근 들어 미달 단지가 속출하고 있다. 이달 초 분양한 전북 김제시 ‘남전주IC 서희스타힐스’는 257가구 모집에 42가구만 신청했다. 지난 6월 김제에 공급된 ‘하동 본아르떼’도 162가구 모집에 90가구만 신청했다.
수도권 시장 분위기는 180도 바뀌었다. 서울 지역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164.1 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였지만 올 들어선 평균 26.4 대 1로 줄었다. 경기 지역도 같은 기간 28.7 대 1에서 8.3 대 1로 평균 경쟁률이 떨어졌다.
서울 지역에선 미달로 인한 무순위 청약이 잇따르고 있다. 5차 무순위 청약까지 나선 강북구 수유동 ‘칸타빌 수유팰리스’는 여전히 134가구 중 118가구가 미분양 상태다. 이 단지는 기존 분양가의 10~15%를 깎아주는 할인 분양을 진행 중이다. 신세계건설이 마포구 노고산동에 공급한 도시형생활주택 ‘빌리브 디 에이블’도 256가구 중 245가구가 미분양됐다.
“착한 분양가 단지는 인기 여전”
전국 대부분 시장이 경색됐지만 경북, 전남 등 일부 지역은 작년보다 높은 경쟁률을 나타냈다. 인천, 부산 등도 작년과 비슷한 경쟁률을 보이며 선방했다는 평이다.경북 지역 청약 경쟁률은 지난해 평균 4.1 대 1에서 올해 12.8 대 1로 3배가량 높아졌다. 전남 지역도 지난해 2.5 대 1의 평균 경쟁률이 올 들어 7.5 대 1로 뛰었다. 이들 지역은 공급량이 많지 않고, 비규제지역이라 투자자들이 상대적으로 더 몰렸다.
경북 구미에 지난 6월 공급한 ‘구미 원호자이 더 포레’는 458가구 모집에 2만54개의 1순위 통장이 쓰였다. 평균 경쟁률이 43.79 대 1에 달했다. 2월 포항 북구 항구동에 분양한 ‘포항자이 디오션’도 101가구 모집에 1만2526명이 신청해 평균 124.02 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인천(지난해 20.3 대 1→올해 19.8 대 1)과 부산(42.4 대 1→34.4 대 1)도 청약 열기가 식지 않은 지역으로 꼽힌다. 이 두 지역은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한 단지 물량이 많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달 청약을 진행한 인천 검단신도시 ‘우미린 클래스원’은 평균 25.7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4월 같은 지역에 분양한 ‘힐스테이트 검단 웰카운티’도 주변 시세보다 2억원 이상 저렴한 분양가로 1순위 평균 80.12 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7월 부산 강서구에 분양한 ‘e편한세상 에코델타 센터포인트’도 79.9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부동산 조정장에선 분양가, 입지 등에 따른 청약시장 양극화가 심화할 것이란 관측이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금리 인상으로 대출을 많이 일으키기 어려운 만큼 ‘묻지마 청약’보다는 선별적인 청약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수민 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도 “분양가가 저렴한 택지지구 내 공공물량 수요가 높다”며 “민간 분양시장과 달리 공공분양 쪽은 향후 경쟁률이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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