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방법원 영장전담 재판부(부장판사 손대식)는 23일 우리은행 전 지점장인 A씨에 대해 “도주와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A씨는 지난 21일 검찰에 체포된 뒤 이번 외화 송금사건에 대한 수사를 받고 있다.
인천에 있는 한 유령기업이 우리은행에 허위 증빙자료를 제출해 수백 차례에 걸쳐 4950억여원의 외화를 해외로 송금한 내용이 골자다. 검찰은 이 기업이 일본에서 들어온 암호화폐를 허가 없이 현금화한 뒤 이를 해외로 다시 보낸 대가로 수수료 수십억원을 챙긴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사건을 맡은 대구지방검찰청 반부패수사부(부장검사 이일규)는 지난달 이 기업 관계자 세 명을 구속기소한 데 이어 21일 우리은행 본점을 압수수색하는 등 고강도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국제범죄수사부도 이 사건과 관련한 자금 흐름을 추적하고 있다.
검찰은 A씨가 불법 송금임을 알면서도 해당 유령기업의 거래를 묵인하는 등 범죄 행위에 가담했다고 보고 있다. 또한 검찰이 우리은행에 이 유령기업의 거래 정보 조회를 요청했을 때 이 사실을 범행 일당에게 알려줬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날 불법 외화 송금 일당과 공범인 중국계 한국인 B씨도 구속됐다. 검찰은 B씨가 지난 16일 구속해 수사 중인 유령기업 운영자 중국인 C씨 등 세 명과 이번 불법 외화 송금을 공모했다고 보고 있다. A씨와 B씨의 구속으로 이 사건으로 구속된 인원은 총 8명으로 늘어났다.
금융당국에선 이번 사건을 포함해 국내 전체 은행권의 외화 송금 의심 거래 규모가 수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12일 기준 국내 은행권의 외화 송금 의심 거래 규모가 65억4000만달러(약 9조2600억원)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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