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동 스토킹 살인사건 피의자가) 이미 범죄 전력이 있었는데 2018년에 입사했습니다. 그때 이런(범죄경력) 자료는 확인이 안 됐습니까?"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
"예. 저희가 거주지로 사실조회를 통보하는데요. 특별한 이상이 없는 것으로..." (김상범 서울교통공사 사장)
'신당역 살인 사건' 피의자 전주환이 2018년 말 서울교통공사에 입사하기 전 정보통신망법상 음란물 유포 혐의로 벌금형을 받은 전력이 있음에도 입사한 데 대해 채용 과정이 부실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 20일 열린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전 씨의 채용 과정이 부실했던 것 아니냐고 묻자 김상범 서울교통공사 사장은 "채용 시 결격 사유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답했다.
실제로 공사는 2018년 12월 전 씨를 공사 직원으로 채용하기에 앞서 11월 수원 장안구청에 결격사유 조회를 요청했고, 구청은 수형·후견·파산 선고 등에 대한 기록을 확인한 후 ‘해당 사항 없음’이라고 공사에 회신했다.
서울교통공사가 채용 과정에서 '전과자'를 걸러내지 못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행정안전부 ‘결격사유 조회 업무처리 요령’ 지침은 등록기준지(시·구·읍·면) 또는 행정정보공동이용시스템(e하나로포털)에서 조회할 수 있는 결격사유 기록 정보를 ▲파산선고 사실 ▲수형 사실 ▲후견등기 사실 등으로 규정하고 있다.
서울교통공사 인사 규정 제17조도 결격사유로 피성년·피한정후견인, 파산선고를 받고 복권되지 않은 경우,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고 그 집행이 종료되거나 집행을 받지 않기로 확정된 후 5년이 지나지 않은 경우 등을 두고 있다.
지난해 5월부터 직원 결격사유에 성범죄가 포함됐으나 전 씨의 음란물 유포 행위처럼 정보통신망법이 적용되는 디지털 성범죄는 여전히 제외된 상황이라 그가 형사처벌을 받았음에도 결격사유 조회 과정을 무사통과할 수 있었다.
즉 채용 과정에서 일반인들이 흔히 생각하는 '범죄경력조회'가 아닌 '결격사유 조회'만 진행했기 때문이다.
'결격사유 조회'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은 '수형 사실'등 3가지에 불과하며 '금고 이상의 형'에 국한돼 있어서 서울교통공사는 '벌금형'을 받았던 전 씨의 범죄경력을 알아채지 못했다.
서울교통공사가 '범죄경력조회'를 하지 않고 제한된 내용만 제공되는 '결격사유 조회'만 한 이유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현행법상 개인의 범죄경력 기록도 개인정보여서 임용 전 확인 목적이라고 하더라도 아무나 들여다볼 수 없다.
관련 법은 수사·재판을 위해 필요한 경우나 공무원 임용 등 일부 특수한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허용한다. 서울교통공사 직원이 공무원은 아니기 때문에 공무원 임용을 이유로 범죄경력 조회를 할 수 없다.
불법적으로 범죄경력 기록을 취득하거나 누설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고 제한된 목적을 벗어나 사용할 경우에도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다만 공무원이 아니어도 관련 법률에서 관련 정보 확인을 규정한 기관이라면 제한적으로 범죄경력조회가 가능하다. 아동 관련 기관이나 청소년 상담복지센터, 의료기관 등이 해당하는데 서울교통공사는 여기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하지만 반복되는 범죄에 규정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서울 유명 대학을 졸업하고 공인회계사 합격 이력을 가진 전 씨는 2018년 공기업인 서울교통공사에 입사해 3년간 불광역 역무원으로 근무했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전 씨는 지난해 10월 불법 촬영물을 유포하겠다며 여성 역무원 A 씨를 협박하고 만남을 강요한 혐의로 고소당했고 서울교통공사에 수사 개시가 통보되면서 직위해제 됐다. 하지만 직위해제 된 뒤에도 회사 내부망에 접근할 수 있었으며 A 씨의 야간 근무 시간을 확인했다.
그는 지난달 검찰로부터 징역 9년을 구형받자 범죄를 계획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 씨는 지난 14일 오후 9시쯤 신당역 여자 화장실에서 A씨에게 흉기를 휘둘러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보복살인 등)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구속 송치됐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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