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中·러 동시 도발 가능성 배제 못해…美 외교사상 최대 위기"

입력 2022-09-25 17:44   수정 2022-09-26 00:27


세계 경제가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의 소용돌이 속에서 신음하는 사이, 한반도 주변의 강대국들이 전쟁까지 불사한다는 거친 설전을 주고받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18일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면 미군이 대만을 방어할 것”이라며 대만해협의 긴장을 고조시키는 중국에 직격탄을 날렸다. 이 경우 주한미군 개입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나와 한국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분위기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이 뜻대로 흐르지 않자 자국 예비군에 동원령을 내리면서 핵무기 사용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북한은 미국 항공모함의 부산 입항에 시위하듯, 25일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다섯 번째 미사일 발사를 감행했다. 북한·중국·러시아 3국이 거의 동맹 수준으로 발전하면서 동아시아 안보가 총체적 위기로 치닫는 형국이다. 중국 정치 권위자이자 국제전략 전문가인 조영남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당장 내일 대만해협에서 군사충돌이 일어나도 전혀 이상할 게 없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한반도 주변 열강 간 긴장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습니다.

“작년 5월 한 학술대회에 참석한 학자들끼리 ‘스트롱맨 3명’(푸틴, 시진핑, 김정은)이 이상한 짓을 벌이면 어쩌냐’고 얘기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게 현실로 나타나고 있어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중국의 대만 군사 도발, 북한의 핵 선제 공격 위협까지 터져나왔습니다. 이 가운데 대만 이슈는 중국엔 조국통일 문제입니다. 필요하면 무력 사용도 개의치 않는다는 게 중국 입장입니다. 미국 외교 역사상 최대 위기라고 할 만합니다.”

▷당초 미·중 패권경쟁에서 촉발한 것이 확전되는 양상인데, 전쟁까지 이어질까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전후해 중국의 대외전략이 ‘강경한 중국(Assertive China)’으로 바뀌었습니다. 미국 주도의 단극체제에 균열이 생겼다고 보고, 주권·안전·발전과 관련한 중국의 핵심 이익을 양보하지 않겠다는 다짐입니다.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는 중국의 안전을, 미국 주도 반도체 공급망 협의체인 칩4는 중국의 발전을 위협한다고 보고 있어요. 미국도 민주·인권·법치 등 가치, 자유무역협정·동맹 강화 등 연대에 이어 도널드 트럼프 정부 유산인 실리 추구로 중국에 맞서고 있습니다. 여기까진 일종의 소프트 경쟁인데, 우크라이나전이 진짜 전쟁 발발의 가능성을 높이고 있어요.”

▷대만해협의 긴장이 고조되는 근본 원인은 무엇입니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이른바 중국몽(夢)은 건국 100주년인 2049년까지 중국을 미국과 같은 슈퍼파워로 만든다는 겁니다. 2035년엔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의 문명국가로 발전시킨다는 목표입니다. 여기에 대만과의 통일 과제도 집어넣었어요. 시 주석이 3연임으로 2027년까지 집권하게 되면, 그때까지를 목표로 대만과의 통일을 적극 시도할 것이란 관측이 많습니다. 미국도 이젠 ‘하나의 중국’ 원칙에 대해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기 힘들게 됐습니다. 전략적 명확성은 미·중 정면 충돌을 뜻합니다.”

▷양안갈등은 어떻게 전개될까요.

“중국은 2005년 제정한 반(反)국가분열법에 통일과 관련해 무력을 사용하는 조건을 정해뒀습니다. 대만이 독립을 선언(독립을 묻는 국민투표 포함)하거나, 외부 세력의 개입이 있거나, 통일의 가능성이 없다고 볼 때입니다.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은 외부 세력 개입으로 봤습니다. 그래서 중국과 대만의 경계인 대만해협 중간선을 무력화하기 위해 대만 섬 상공을 넘어가는 미사일을 처음 발사한 겁니다. 다만, 내년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시진핑이 국가주석에 선출되고, 3기 권력교체가 마무리될 때까지는 인내할 거예요. 그 이후가 문제입니다. 중국에 대한 도발이라 여기면 지금 이상으로 강경 대응에 나설 겁니다.”

▷주한미군도 참전할 가능성이 있나요.

“대만해협에서 문제가 생길 때 미국은 무기만 제공하는 간접 개입 또는 군대까지 파견하는 전면 개입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두 가지 경우 모두 한국이 직접 휘말려들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겁니다. 미국은 간접 개입 시에도 한국 정부에 협력을 요구할 공산이 큽니다. 특히 주한미군이 대만 전쟁에 투입될 경우 경기 평택의 미군 최대 공군기지는 대만 현지나 다름없는 전쟁 한복판에 놓이게 됩니다. 우리 정부가 과연 이런 상황에 대한 대비책을 갖고 있는지 우려스럽습니다.”

▷북·중·러 연대는 얼마나 강화될까요.

“중국의 동맹국은 북한이 유일합니다. 그러나 중국과 러시아도 전략적 연대를 넘어 준동맹관계로까지 발전했습니다. 대서양주의 외교노선으로 유럽에 치중하던 러시아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확장에 따라 1996년부터는 유라시아 중심으로 돌아섰습니다. 2001년 상하이협력기구(SCO)에 참여하는 등 중국과의 연대 수준을 높여왔습니다. 양국은 이젠 공동 군사훈련도 하고, 미국에 대한 외교노선을 조율하기도 합니다. 여기에 이란과 시리아 등이 참여하는 반미국연합이 만들어지고 있어요. 이 연합의 최전선이 바로 대만해협과 한반도입니다.”

▷북·중·러가 뭉치면 대북제재가 무력화될 위험이 큽니다.

“북한 체제가 붕괴하면 중국의 전략적 손실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주한미군이 압록강 건너편에 있다고 생각해보세요. 협상력도 낮아집니다. 그래서 중국의 한반도 전략은 우선순위를 현상의 유지, 북한의 붕괴 방지, 한국과의 협력 순으로 둡니다. 따라서 핵을 가진 북한은 용납해도 북한 정권이 무너지는 건 원치 않습니다. 존 볼턴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중국이 마음만 먹으면 북한 비핵화 문제는 하룻밤 사이에도 풀릴 수 있다’고 한 것은 맞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중국은 그럴 의지가 없어요. 대북제재 무력화는 현실이 되고 있습니다.”

▷미국과 중국은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다고 봅니까.

“미·중은 미국과 옛 소련처럼 철천지원수로 싸우고 있진 않습니다. 아직 협력과 경쟁의 복합관계 속에 있습니다. 회복하기 어려운 선을 넘진 않았다고 봅니다. 미·중 무역갈등과 기술패권 경쟁 속에서도 양국 교역의 96%가량은 이전처럼 허가되고 있어요. 미국의 공급망 재편도 7나노 이하 반도체 초미세공정에 필요한 극자외선 노광장비의 중국 수출을 금지하는 등 최첨단 분야와 군사기술 분야에 국한하고 있습니다. 작년 미국이 중국에 기술수출한 액수만 2000억달러가 넘습니다.

미국의 공급망 재편이 중국 완전 배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 조영남 교수는…

조영남 교수(57)는 서울대 동양사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대학원 정치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 베이징대 현대중국연구센터 객원연구원, 미국 하버드대 옌칭연구소 방문학자로 연구를 이어갔다. 최신작인 <중국의 통치 체제 1·2>를 비롯해 <중국의 꿈> <중국의 법치와 정치개혁> 등 중국 연구서적만 열다섯 권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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